[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10명의 청춘이 채 꽃도 펴 보기 전에 졌다. 10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지난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지면서 이제 갓 대학 입학을 앞둔 새내기들의 꿈을 짓밟는 대형 참극이 발생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폭설'이지만 근원은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배가됐다. 일각에서는 재벌의 탐욕이 이 같은 참사를 불러왔다며 목놓아 울음을 토해냈다.
사고 직후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깊은 사죄와 함께 피해보상금 일부에 사재를 출연하겠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그를 향한 법적 책임과 도적적 비난은 막을 길이 없다.
사실상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로서 그룹 차원의 일감과 이익을 독식한 것도 모자라 감사 등의 시스템으로부터도 사각지대에 놓였음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부실 건축에, 용도 변경 등 위법적 사항들이 경찰 조사결과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허술한 관리와 운영은 사고와 함께 도마에 올랐다.
경제민주화 태동과 함께 제기됐던 일감 몰아주기의 폐해도 여실없이 드러났다. 마우나오션개발 사업내용과 내부거래 자료 등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마우나오션개발은 ㈜코오롱, 덕평랜드,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글로벌등 4개 그룹 계열사와 건물관리, 인력공급 등 11건에 대해 229억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또 마우나오션개발은 계열사와의 거래대금도 현금으로만 받았으며, 계열사 매출 비중은 2008∼2011년까지 30%대를 유지해오다 2012년에는 43%까지 높아졌다. 경쟁입찰을 하지 않다 보니 인력·건물 관리에서 중요한 서비스 질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고, 건물 관리란 본업을 소홀히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마우나오션리조트를 운영하는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을 코오롱과 총수 일가가 100% 보유하고 있어 '감시장치 무용론'마저 대두된다. 지분 매매 과정에서 이 회장 일가의 지분 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책정해 총수 일가를 부당 지원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도덕성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부담은 고스란히 코오롱그룹이 졌다. 주주 권리에 대한 침해다.
코오롱 측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 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높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 등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은 일찌감치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회사를 총수 일가 사익편취규제 적용대상 기업에 포함시키며 경고장을 날렸다.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건은 실제 대다수 재벌그룹들이 공공연하게 총수 일가의 비상장 계열사와 수의계약 등을 통해 부를 증상하는 과정에서 내보인 '일감몰아주기'의 단면과 꼭 닮아 있다. 일감은 곧 이익이며, 수익 앞에 최소한의 견제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사재를 출연해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한다고 해서 덮어질 일이 아니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형사상 책임이 있을 경우 잘못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돈 몇 푼 내놓는다고 설한에 내동댕이 쳐진 청춘이 다시 꽃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 도덕적 비난을 넘어 법적 잣대에 엄중히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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