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새누리당의 반대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사실상 물거너간 상황에서, 야권의 정당공천에 대한 입장도 정해졌다. 민주당·통합진보당·정의당은 공천을 하기로 했고, 새정치연합(가칭)은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야권의 이런 선택은 각 당이 취한 현실적인 문제가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24일 정당공천을 하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5일까지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드렸고, 최종적인 결과를 보고 최고위원회나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적인 의견수렴 결과는 유지 쪽이 더 강력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서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좀 더 적극적으로 공천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를 털어놨다.
최 위원장은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출마자와 선거 운동원 등을 합하면 3만명 정도가 탈당하게 될 것이라며, 당의 골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또 민주당이 공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민주진영이 기초선거에 보이콧 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최재천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 ⓒNews1
반면 새정치연합(가칭)은 지방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저희 당의 이름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뜻을 가진 분들도 적지 않다. 사실 이 부분이 창당의 주요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정치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새정치의 명분을 지키기 위해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민주당에서 공천제 유지 발언이 나온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공천 유지' 결정에 일격을 날린 것이다.
당초 안 위원장은 오는 28일로 마감되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 종료 후에 정당공천에 대한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안 위원장의 기자회견 후 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밤 늦게 검토했고, 최종 확정은 오늘 아침"이라고 밝혀, 급하게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새정치연합이 '국민과의 약속'을 ‘무공천’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치권에서는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결정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월말 창당을 목표로 한 상황에서 '기초단위'까지 후보군을 정리할 물리적인 한계가 컸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철수 새정치연합(가칭) 창준비 중앙운영위원장 ⓒNews1
실제 최재천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도 이날 "새정치연합 측이 기초단위까지 후보군이나 당조직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저희가 갖고 있는 상황판단으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그러면서 "안철수 의원은 안철수의 길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길이 있다. 그 길이 때로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는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의 압박에 연연치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애초부터 기초공천 폐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지방선거를 통해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날부터 선거대책위원회의를 개최하고 당을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했다. 진보당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정당해산청구 심판'로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선거를 통해 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정희 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선명 야당이 제대로 나서야 야권 전체가 힘을 찾고 모이게 된다"며 "그 책임을 다하게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출마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지방선거에서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다음 10년의 비전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혀 지방선거에서의 선명성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정당공천제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잘못 운용해온 정당들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제는 정당공천제 폐지가 잘못된 공약이었음을 용기 있게 시인하고, 당의 노선과 정책의 일관성을 확립함으로써 신뢰회복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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