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빈수레가 요란했다.
'혁신', '퀀텀점프'(대도약) 등으로 표현하며 추진됐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실체는 이름과는 달리 '혁신'이 없는 그냥 3년간의 일정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의 균형경제라는 3대 추진전략과 15대 핵심과제, 100대 실행과제로 무려 300페이지가 넘는 문서로 작성됐다.
분량으로는 가히 기록적인 자료지만 문제는 내용에서 '혁신'이라고 할만한 부분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15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그 첫번째 과제로 꼽힌 '공공기관 개혁'은 이미 지난해부터 해오던 공공기관 합리화방안 및 정상화방안을 종합정리한 수준이다.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 수준으로 관리하고, 방만경영, 입찰비리,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공기관의 유사 중복기능을 통폐합하겠다는 내용 역시 지난해 발표됐던 얘기다.
게다가 공공기관 임원인사제도 개선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자로 투하된 수십명의 낙하산인사로 신뢰를 상실한지 오래된 방안.
재정·세제개혁 부분에서는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미 추진됐던 내용들이 다시 신규과제로 이름을 올렸다.
보조사업개혁과 재정지출의 전면적인 구조조정, 과세사각지대 해소, 조세지출개혁 등 상시적이고 고루한 과제들이 나열됐다.
심지어 세법규정을 알기쉽게 개편하는 작업과 같이 '혁신'과 거리가 있어보이는데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해서 상당부분 완료된 사업들도 신규과제로 포함됐다.
금융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범위확대나 종교인과세 등도 꾸준히 추진했던 과제. 종교인과세는 오히려 정부의 미온적인 움직임으로 국회에서 뒷걸음치고 있는 묵은 숙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과 '정규직·비정규직간 격차 완화' 등 일상적인 고용정책들도 혁신을 위한 3개년 계획의 주요 과제로 담았다.
그나마 창조경제 구현방안으로 꼽힌 창업자 1만3000명 발굴·육성, 소액엔젤투자 100%소득공제, 한국형 요즈마펀드 신설, 재창업·재도전 재정지원 등이 눈에 띄지만 이마저도 혁신적인 정책과제들은 아니다.
박 대통령의 "대박" 발언으로 비중이 높아진 통일준비 과제로 '호혜적인 남북경제협력을 통한 통일시대 준비'가 목표로 설정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개성공단문제만 하더라도 "발전적인 정상화와 국제화를 위한 제도개선"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이번 혁신 3개년 계획에 담겼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주목받았던 서비스산업 육성방안도 이명박정부에 이어 지난해 발표됐던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전반적으로 '혁신'이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부처의 연간 정책방향 3년치를 모은 수준에 그친 점은 최근 진행된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확인된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3개년 계획에 담을 내용과 중복되는 내용을 제외하다보니 연간 업무계획이 10페이지 정도의 보고서로 떼워졌고, 그마저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으로 절반 이상을 메웠다.
추경호 기재부 제1차관은 "새로운 추가적인 메뉴나 아이템이 들어가기 보다는 그동안 밝힌 것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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