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줄기찬 요구에 정부가 적극 화답했다.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업 경영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를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가 재계에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현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정책 방향을 고쳐 잡으면서 정권 출범의 모태였던 경제민주화는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초청, 정책간담회를 갖고 규제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 민관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인원 롯데그룹정책본부 부회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박흥석 광주상의 회장, 손종현 대전상의 회장 등 상의 회장단 30여명이 참석했다.
박용만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관이 계획을 세우고 민이 따르는 과거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며 "경제혁신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이 상시 협력 채널을 만들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팀플레이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한정된 자원으로 혁신과제를 달성하려면 꼭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를 선정해 집중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서비스 분야의 제도 개선을 비롯해 기업가정신 발휘를 위한 규제개혁과 선진국형 벤처 생태계 구축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초청해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대한상의)
이 자리에서 상의 회장단은 규제개혁 방안과 조세제도 개선 등에 대한 건의사항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은 "최근 노동·환경분야에서 기업의 부담이 늘면서 제조업 경영환경이 나빠졌다"며 "불황기에 고용을 조정토록 하고 임금조정허용,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 및 대체 근로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흥석 광주상의 회장은 "벤처기업 등 특정부문에 대한 정부 자금지원 확대가 필요하지만 금융권 자금 중개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담보나 재무구조 위주의 대출 관행에서 탈피해 사업성과 미래가치 중심의 자금공급, 특히 선진국 수준의 신용평가와 기술평가 시스템 확립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노영수 청주상의 회장은 시대에 맞지 않는 조세제도에 대한 전면적 개선을 요청했다. 70년대 부가가치세법 제정 이래 유지되고 있는 '업무용 승용차 매입세액 공제 불허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귀금속 개별소비세 부과'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백남홍 하광상의 회장은 규제 총량제에 대해 "부담이 큰 규제를 도입하고 부담이 적은 규제가 폐지되면 총량은 그대로지만 기업부담은 늘어난다"며 "건수 대신 규제부담을 기준으로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현오석 부총리는 "대한상의가 요구했던 규제총량제 도입뿐 아니라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고, 이마저도 어려우면 존속 기간이 끝난 규제의 경우 자동으로 효력이 없어지는 자동효력상실제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규제 개혁의 모든 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장관회의를 만들어서 직접 챙길 예정"이라며 "이번에는 다르다고 믿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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