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 과장' 구속결정 앞두고 '강경발언' 배경은?
김 과장은 국정원 '윗선' 규명 '키맨', 연막 차단 의도한 듯
2014-03-18 20:02:03 2014-03-18 20:06:1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누가 무차별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흘리는 건지, 방향성을 갖고 끌고 가려는 건지 의문이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
 
‘서울시 간첩증거 위조 의혹 사건’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검사장)이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담담한 표정에 목소리 톤도 높지 않았지만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수사대상인 국가정보원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경고였다.
 
윤 검사장은 “김 모 과장 진술 부분이 상당히 많이 나갔는데 의도가 의심스럽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무차별적으로 나가고 있다. 어제, 오늘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검사장의 이 발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국정원 윗선 규명의 ‘키맨’인 김 과장의 영장실질심사일 당일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김 과장은 일명 ‘김 사장’으로 알려진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직원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얼마 전 자살을 시도했던 김모씨(61) 등 협조자 등을 관리하면서 간첩사건 피고인인 유우성씨 재판에 쓸 증거 입수를 지시했다.
 
국정원 4급 공무원인 김 과장은 대공수사에 대한 결정권이 없지만 중간 간부격으로 이른바 ‘윗선’과 수사팀을 연결하는 연결고리다. 검찰은 이 ‘연결고리’를 통해 이번 사건에 개입한 ‘윗선’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 수사팀이 김 과장으로부터 확인하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김씨에게 문건 위조를 지시했는지와 그 지시를 국정원측 누구로부터 받아 실행했느냐이다.
 
김씨가 입수해 건넨 삼합변방검사참 발급 ‘정황설명서에 대한 확인서’가 위조된 것임은 이미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의 감정 결과와 김씨의 진술을 통해 확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 김씨가 자살 시도 전 남긴 유서에서 국정원으로부터 ‘가짜서류비’ 1000만원을 받을 것이 있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김 과장 역시 김씨가 입수한 문서가 위조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김 과장이 위조여부를 몰랐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 체포조사 단계에서도 김씨와의 대질을 강력히 원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시기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두 사람을 대질시키지 않았다.
 
김 과장이 끝까지 위조여부를 몰랐다고 부인하면 이를 뒤집을만한 확실한 물증이나 충분한 정도의 증인들의 일관된 진술이 없는 한 검찰 수사는 막히게 된다. 결국 협조자들의 국정원을 상대로 한 사기행각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김씨가 제출한 노트북 등에서 위조문건과 관련해 국정원측과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관련 서류 등에서 확보한 물증, 또는 국정원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내부 회의자료 등 국정원이 위조에 관여했다는 관련 문건을 들이댄다면 김 과장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이인철 주선양 한국총영사관 영사의 입이다. 이 영사는 국정원 출신으로 유씨의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선고공판 직전에 선양영사관으로 급파된 정황이 있다.
 
게다가 이 영사는 검찰 소환조사에서 국정원측 요청으로 삼합변방검사참 확인서에 대해 허위로 공증하고 영사확인서를 제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보다는 전향적인 태도로 검찰 조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주선양 총영사관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컴퓨터 본체와 외교문서 등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며, 조만간 이 영사를 체포 또는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영사 역시 윗선 규명의 키를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확인서에 대한 허위공증 역할에만 머물렀다면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선은 다시 김 과장에게 집중 된다. 윤 검사장이 지적했듯이 확인되지 않은 김 과장의 진술 내용이나 여타의 수사 상황에 대한 ‘설’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온 시기도 김 과장이 체포돼 수사를 받아온 시기와 일치한다.
 
때문에 국정원이 연막을 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같은 의혹은 수사가 아닌 진상조사단계에서도 제기됐다.
 
윤 검사장은 지난 3일 이 영사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직후 이 영사가 문건을 조선족을 통해 제공받았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설’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자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며 특정 세력이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검사장의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오늘 발언은 과거 경고성 발언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김 과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윗선을 파헤치겠다는 일종의 신호탄인 동시에 분명한 메시지로 보인다.
 
김 과장에 대한 구속여부는 서울중앙지법 김승주 영장전담 판사의 심리로 이날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의 야경(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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