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을 접한 대출사기 피해은행들은 법정관리 신청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사진출처=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수천억원대 사기대출에 연루된 KT ENS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하나·농협·국민은행 등 피해은행들은 법정관리가 개시되더라도 그와 별개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을 접한 사기대출 피해은행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법정관리 신청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KT ENS는 해외 PF(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한 기업어음 491억의 보증 요청에 응하기 어려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은행권에서는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은행들이 대출 미회수금을 회수하는 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금융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된다.
하나은행은 KT ENS의 납품업체들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에 총 3400억원을 대출했고 아직 1624억원을 받지 못한 상태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도 SPC에 각각 500억원씩 빌려줬고 각각 296억원씩을 받지 못했다.
이번 사기대출에 유용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납품업체가 발주처(이 경우 KT ENS)에서 받을 돈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발주처가 이 대출금을 은행에 갚는 구조다.
피해은행들은 KT ENS의 법정관리 절차와는 별개로 민사로 KT ENS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정관리로 동결되는 현재 시점의 채권·채무와 달리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별개의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며 "법정관리와 별개로 수사 당국의 결과가 나오면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겠다"고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국민은행과 공동으로 자산담보부대출(ABL)을 일으킨 농협은행 측도 "KT ENS가 법정관리를 들어가더라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별개로 진행된다"며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게 따라서 법률 검토를 구체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수사당국의 결과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것은 인감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KT ENS의 귀책 사유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은행은 이미 내부 점검을 통해 KT ENS 직원이 제출한 법인 인감이 진짜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현재 KT ENS는 내부 직원의 단독 범행으로 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감이나 서류 관리가 허술했다는게 밝혀지면 KT ENS가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게 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꼬리자르기'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회사인 KT에 황창규 회장이 새로 오고 나서 자회사의 비리행위와 연결고리를 사전에 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이 법정관리 신청의 사유로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면에는 자회사가 연루된 사기대출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것. KT ENS는 모회사인 KT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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