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프로야구단에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팀 매니저와 안전·진행 관리요원 외에도 수많은 관계자들이 일한다. 경기가 진행될 때 바쁜 사람도 있지만 경기를 하지 않을 때 더 바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야구장 관리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경기 중에는 비상대기 상태로 근무하며 경기가 끝나면 구장의 정리 작업에 매진한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화려한 무대의 뒤를 지킨다.
뉴스토마토는 이들의 업무를 조명하고 노고와 애환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국내에도 스포츠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커지는 요즘, 각 야구장 관리자의 실무 경험에서 나오는 생생한 목소리는 관련종사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편집자]
◇대전 한밭구장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대전의 한밭구장은 한국의 노후한 야구장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그렇지만 이 야구장의 관리 책임자인 최태식 야구장관리사무소장은 다른 야구단의 관계자 대다수가 칭찬하는 국내 최고의 야구장 관리 전문가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한밭구장이 그래도 이만큼이나 유지될 수 있던 데에는 최 소장의 폭넓은 운영 지식과 부단한 관리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무리 구단과 모기업이 전폭 투자해도, 초기 개·보수 방향 설정이 잘못되고 사후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헛일이다. 야구장 건립과 운영에 금전적 투자는 물론, 유능한 인물의 기용과 정책 수립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 면에서 최 소장과 최근 투자가 잇따른 한화 구단은 최고의 조화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공식 자문위원이자, 세계 최고의 야구장 관리 전문가로 꼽히고 있는 머레이 쿡 브릭맨 그룹 대표도 지난해 여름 한화 야구장관리사무소를 방문해 감탄했을 정도다.
당시 쿡 대표는 "타자석과 투수 마운드의 흙 상태가 경기를 펼치는 데 좋은 상태"라면서 "잔디 제초 장비, 잔디 시약 장비, 그라운드 롤러 장비, 흙 배토 장비 등 그라운드 관리 장비가 메이저리그 수준이라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극찬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1일 최 소장과 한밭구장에서 만나 각종 개·보수 현황과 보완점, 한국의 야구계 인프라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최 소장과의 일문일답.
◇대전 한밭구장은 올해부터 미국 뉴욕 양키스의 홈야구장인 양키스타디움에 설치된 고급 의자를 도입해 포수 뒷편의 지정석에 배치했다. (사진=이준혁 기자)
◇"크게 관람석과 불펜, 덕아웃 등을 고쳤다"
-이번 한밭구장 4차 리모델링 공사 주요 사항에 대해 짧게 설명해 달라.
▲크게 관람석과 불펜, 덕아웃 등을 고쳤다. 불펜과 응원 단상은 외야 쪽으로 옮겼고, 덕아웃은 개선을 추진했다. 관람석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포수 뒷편의 백스탑을 그라운드 방향으로 내렸다. 시범경기 때 보니 반응이 매우 좋다.
-외야로 옮긴 불펜은 어떤 형태로 고쳤나.
▲길이는 26m며 폭은 홈 팀이 9m에 원정 팀이 8m다. 일부러 원정 팀을 차별하려 했던 것은 아니고, 오래된 구장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차이다. 불펜의 구성 요소는 같다. 레인이 2개며 벤치가 높은 곳에 있다. 세면대가 있는 화장실도 각각 1개씩 있다.
-불펜의 벤치 위치를 일부러 높인 것인가.
▲불펜 피칭을 하는 선수가 아니면 경기를 보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렇게 높이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화장실과 세면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약간 신경쓰면 충분히 도입이 가능하다. 선수를 위해 세심하게 더욱 배려하려 했다.
-관람석은 어떤 형태로 바꾼 것인가. 백스탑 내린 사항이야 다들 아는데.
▲시범경기 중에 느낀 사람도 있겠지만 좌석의 번호 체계를 바꿨다. 번호만 보면 위치가 대략 어디 쯤인지 쉽게 알도록 극장식 번호 체계를 도입했다. 의자 일부도 바꿨고 바닥 부분을 포함한 색상도 통일했다.
-좌석 수가 지난 시즌과 거의 변화가 없다. 위치별 조정 사항도 있을 것이다.
▲맞다. 불펜 설치로 인해 외야 좌석이 소폭 줄었고, 포수의 뒷편 좌석은 그라운드 방향으로 내리며 소폭 늘었다. 이밖에 1·3루 앞으로 한 줄을 늘렸고 기존 끝 부분의 좌석을 조금 늘렸다. 관람객이 제일 마지막으로 차는 지역이며 폭이 넓었던 데라 좌석 간격의 불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외야로 이전한 대전 한밭구장 불펜. (사진=이준혁 기자)
◇"미국산 마운드 블럭 대체를 위해서 직접 만들어봤다"
최 소장은 한국 스포츠 인프라 발전을 위해선 현재 수입하고 있는 다양한 구장 관리 품목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품질이 좋은 외국 제품을 다른 구단에 비해 먼저 사용한 경험을 토대로 일부 품목을 직접 제작하려는 시도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운드 블럭(점토 벽돌)이 대표적 품목이다.
다만 수요가 적어 꾸준한 생산이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고 토로한다. 이를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이 연구·개발과 유통·보관을 주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7월 야구장 그라운드에 여러 공사를 했다. 게다가 미국의 숙련된 기술진을 초청해 '필드데이'를 비롯한 선도적인 활동을 펼쳤다. 반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혹시 추가로 그라운드에 손을 댄 게 있나.
▲우선 워닝트랙을 소폭 넓혔다. 이는 KBO의 기준 변화에 따른 것이다. 과거 3.5m였던 워닝트랙을 4.0m까지 넓힌 것이다. 외야에 불펜이 설치돼 펜스를 뒤로 밀 수는 없었고, 잔디 부분을 소폭 줄였다. 하지만 0.5m로 잔디가 줄은 것과 관련한 영향은 거의 없다.
-아무래도 투수가 밟는 마운드 블록은 경기가 끝나면 계속 보수가 필요했을 것이다.
▲흙이나 모래보다 벽돌의 일종이니 블록이 움직이는 등의 일은 거의 없다. 다만 투수가 밟다 보니 경기 한 번을 하면 대략 0.5㎝ 정도 패인다. 경기가 끝난 이후 예비 벽돌을 조금씩 잘라 기존 블럭 상부에 덧붙인다.
-마운드 블럭 관리를 위해 꽤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을 듯 싶다. 현장의 반응은 어떤가.
▲정민철 투수 코치는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좋은 마운드를 만들어줘 정말 고맙다"고 말한다. 다른 팀에서 마운드 상태를 부러워한다. 다른 팀의 프런트는 물론 투수들이 직접 물어보는 때도 있다. 앞으로도 투수들이 좋은 느낌을 받는 마운드를 만들고자 노력하겠다.
-미리 마운드 블럭을 많이 구입했다. 아직도 남은 양이 있는가. 새로 구하기도 했나.
▲많이 구입한 만큼 남은 양도 많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마운드 블럭의 국산화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마운드 블럭 뿐만 아니다. 다른 제품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 스포츠 인프라의 발전을 위해 먼 미래를 보고 각계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한화는 지난해 7월12~13일 구단 홈구장인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구장 그라운드 토양의 리모델링 행사인 '한화 이글스 필드데이(Hanwha Eagles FieldDay)'를 개최했다. 사진은 1년간 보수를 위해 쓰일 흙(위)와 블럭. (사진=이준혁 기자)
-아무래도 해외의 축적된 기술력을 단기간에 빠르게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이다. 나도 성능이 좋지 않은 품목을 국산이란 이유로 무조건 구입하는 것은 싫다. 꾸준히 기술 개발을 꾀해야 한다. 생각만 그치지 말고 나부터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최근 마운드 블럭의 제조법과 보관에 대해 가끔씩 연구했다.
-연구를 했다면.
▲충남 지역의 벽돌 공장을 직접 수소문해 제조의 중간 단계를 거친 벽돌을 일부 가져왔다. 제조 단계별로 여러 실험을 해봤다. 가열·건조 단계 전 상태 벽돌에 약간의 과정을 거치니 비슷한 기능을 하는 제품을 얻었다. 물론 미국에서 사온 벽돌에 비하면 아직 부족함이 많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양질의 '한화 이글스표 마운드 블럭'을 접할 수도 있겠다.
▲쉽지 않다. 자동화 공정에서 기계를 멈춰 소량의 벽돌을 빼야 하기에 대다수 벽돌 공장이 공급하길 꺼린다. 이번에 가져온 곳도 개인적으로 아는 인연으로 간청한 것이다. 계속 공급을 받기 위해선 많은 양을 구입해야 한다. 한화만 쓰려면 약 십여 년 쓰는 양이다.
- 프로야구가 열리는 야구장 이외에도 많은 시설이 있으니, 공동구매도 가능하지 않을까.
▲당연히 그런 생각을 했다. 다른 야구단과 지역 생활체육 단체 등이 쓰는 야구장과 함께 구매하면 생산 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보관 문제가 있다. 겨울이 지나니 촉촉한 느낌이 사라진 것이다. 아무래도 현재 블럭을 공급받으면 파레트 째로 보관하게 된다. 미국 제품은 '3개씩' 밀봉해 온다.
-벽돌을 공급한 회사의 소재지가 충남 당진이라 들었다. 무리가 있는 생각인 것은 알지만, 한화가 나서서 개발해 서산 연습구장에 보관 장소를 마련해 공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재고를 떠안아야하는 일이다. 수요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 모기업 지원이 없으면 운영이 힘든 야구단이 나서서 그런 일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 미래를 위해 관련 연구는 하겠지만 공급은 쉽지 않다. KBO 차원에서 나서야만 한다. KBO가 일정 이상의 수요를 보장해 크게 손해보지 않는다면, (한화가) 손익 여부를 따져 시도를 할 여지도 있지 않을까 싶다.
-혹시 국산 마운드 블럭 가격은 얼마 정도가 될지 예상한 것이 있나.
▲현재 미국산 제품은 개당 3000원 받는다. 장거리 해외 운반과 통관 비용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한화는 값이 비싼 최상의 제품을 쓰고 있는 것이다. 벽돌 공장에서 건조 이전의 벽돌 시품을 빼오면 지금 값으로 개당 700~800원 정도다. 포장·운반·보관 등이 더해지면 1000~1500원 정도에서 값이 형성이 될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이 느껴진다. 그런데 혹시 컨디셔너(흙과 모래의 일종)는 직접 배합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아니면 외주 주는 방법도 있지 않나 싶다.
▲컨디셔너를 만들 자신이 없다. 많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컨디셔너는 일종의 '가공흙'이다. 그라운드 관리에서 마사·점토·황토 등을 미국의 비율 기준에 맞춰 해보려고 하긴 하나 컨디셔너 자체를 만들기는 어렵다. 더불어 이것은 마운드 블럭과 달리 수익성 고려 가치도 없을 정도다. 법규에 '국산 컨디셔너를 필히 써야 한다'고 못을 박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최태식 한화 이글스 야구장관리사무소장은 자신이 결코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얼굴이 나온 사진 촬영을 꺼렸다. 사진은 음향 시설을 설명하며 잠시 당시 기기의 상태를 살피던 최 소장. (사진=이준혁 기자)
◇"구장을 내집처럼 잘 관리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올해 크게 리모델링한 광주 무등구장과 부산 사직구장이 대형 최신 전광판 시설을 도입해 화제다. 어찌보면 대전이 먼저 전광판을 들인 곳인데, 써보니 어떤가.
▲매우 좋다. 세계적인 전광판 제조사인 미국 닥트로니스 제작 전광판답게 뭔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관리·체크 절차가 가능하고 그래서 혹시나 걱정했던 불편이 전혀 없다.
-국산 제품이 아닌 외국산 제품 도입으로 화제가 됐는데 혹시 그런 연유로 뒷말이 들리지는 않았나.
▲없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국내 제조사의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규제 또는 무조건적인 애국심으로 국산 제품 사용을 강요하면 안 된다. 기술력 발전을 위해 국가가 지원을 하는 쪽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
-현재 국산 전광판 제품의 개·보수 조치는 원활한가.
▲한밭구장 전광판은 내부 4개와 외부 1개를 합쳐 5개다. 이중 내야 전광판 1개와 외야의 우측 제품으로 국산을 사용하고, 닥트로니스 제품이 포수 뒤와 매표소 또한 외야 왼쪽에 배치됐다. 현재 한밭구장에서 쓰는 국산 전광판의 제조사는 망한 상태다. 하지만 그 회사의 직원이었던 사람이 세운 유지·보수 전문 회사를 이용하기에 운영에 대한 문제는 없다.
-최근 사직야구장이 음향 시설을 외국 최상급의 제품으로 설치 중이다. 한밭의 음향 문제는 어떤가.
▲음향시설은 1차 리모델링에 맞춰 7억 정도 투입했다. 그래서 당장 바꿀 생각은 없다. 다만 바꾼 음향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관객 수준이 계속 높아질 경우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음향 문제는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
-이번 리모델링도 적잖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얼마 정도 썼나.
▲이제까지 비용을 합산하면 대전시가 130억원을 투입했고, 한화 이글스가 15억을 투자했다. 어느 부분을 대전시가 들였고 어느 부분을 한화가 들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추가로 리모델링할 부분이 있나.
▲자전거 거치대 설치와 의자 일부 추가 교체, 외야 잔디석 설치 등을 고려 중이다.
-끝으로 한마디.
▲노력한다고 하긴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아는 것으로 구장을 계속 관리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최근 야구계가 데이터베이스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데 야구 인프라 또한 세세히 계량화된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는 야구장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물론 정책을 짜는 KBO와 정부 등에서 노력해야 한다.
선수들이 가족이다. 가족들이 생활하는 곳의 관리에 소홀히 여길 수는 없다. 선수들이 생활하는 구장을 내집처럼 잘 관리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꾸준하게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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