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승수)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단체의 수장이 정부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에서 2인자 자리까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은 그릇된 관행이 아닌가. 민간기업인 조합을 자기네 자리로 알고, 노후 재취업을 위한 비밀공작을 벌이고 있다."(박창성 건설공제조합 노조위원장)
건설공제조합이 국토교통부의 연이은 낙하산 인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건설공제조합은 정부 출연 지원금이 전혀없는 순수 민간기업이지만, 국토부가 이사장에 이어 전무이사까지 국토부 퇴직 관료를 내정했기 때문이다.
24일 공제조합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4월 임기가 만료되는 전무이사에 임의택 전 부산지방항공청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완대 현 공제조합 이사장은 국토부 중앙도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으로, 지난 2011년 선임됐다.
공제조합 정관상 전무이사의 선임절차는 운영위원회의 인준을 거쳐 이사장이 선임하도록 돼 있다. 이사장은 관례상 건설공제조합 정관승인권자인 국토부가 선임한다.
때문에 국토부 출신 이사장이 국토부가 내정한 전무이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없었다. 국토부가 내정한 공제조합 전무이사는 사실상 인사 확정인 셈이다.
노조가 특히 경계하는 것은 조합과 소통 없이 국토부가 내부 절차만으로 전무이사를 내정 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 운영위는 전무이사 인준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당시 전무이사 내정자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위원회는 추후 확정시 서면결의 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노조가 국토부에 내정자 확정 여부를 확인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이달 17일 임 전 청장은 안전행정부의 퇴직인사 취업심사에 건설공제조합 전무이사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심사 결과는 오는 28일 확정된다.
관례적으로 지금까지는 공제조합의 전무이사 내정자를 국토부가 결정할 경우 사전에 이력서를 조합에 전달해 왔다. 하지만 이번 내정에서 국토부는 조합과 아무런 교감없이 임 전 청장을 조합 취업심사 대상자로 올렸다.
박창성 노조위원장은 "서면결의는 사실상 승인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되면 국토부는 모든 행정절차를 끝냈기 때문에 전무이사 선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며 "노조가 국토부 출신 내정에 반대를 하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에 전무까지 내려보낼 명분이 없으니까 밀실인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공제조합은 특히 내정자가 조합 업무와 관련없는 항공청장 출신이란 점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은 자본금 5조원이 넘는 건설관련 전문보증기관으로, 보증금액이 100조원을 상회하는 대형 기관이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건설전문금융기관으로써 전무이사는 조합업무에 대한 매커니즘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업무지식과 금융 지식을 두루 갖춘 인물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이번 내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공제조합 노조는 기업 운영의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해 전무이사에는 내부 인사가 중용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승인권자인 국토부가 이사장에 출신 인사를 내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2인자인 전무이사까지 국토부 사람을 넣는 것은 본인(공무원)들의 안위만 생각한 처사가 아니겠는가"라며 "기업의 발전을 위해 전무이사는 내부인사가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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