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유아인
2014-03-24 19:54:54 2014-03-24 20:03:02
◇유아인 (사진제공=JT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거칠다. 온라인에서 네티즌들과 옥신각신하는 일도 마다 않는다. SNS에 남기는 글 역시 직접적이다. 덕분에 꾸밈이 없다. 배우 유아인의 이야기다. 20대 남자배우로서 나름 견고한 위치를 구축한 그이지만, 안티 역시 적지 않다. 본래 속마음을 잘 숨기지 못하는 직선적인 성격 때문일 게다.
 
그러한 거친 모습이 작품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영화 '완득이', '깡철이' 등 그간의 작품에서 유아인이 맡은 역할은 반항적이고 거칠었다. 나쁜 남자 캐릭터는 여심을 자극하는 매력으로도 작용했다.
 
그런 유아인이 40대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JTBC 월화드라마 '밀회'에 출연한다. 상대 배우는 우아한 여배우의 대명사 김희애. 아직 2회까지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기존 유아인이 맡았던 거친 인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피아노를 치고, 감성적이며, 성실하고, 부드럽다. 그답지 않다. 어색하다. 그렇게 유아인은 진화 중이다.
 
배우들의 촬영소감을 들어보는 '밀회' 기자간담회가 24일 오후 4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유아인은 특유의 화법으로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유아인으로 돌아온 유아인을 만났다.
 
'밀회'에서 유아인이 맡은 이선재는 자신의 재능을 모르는 천재 피아니스트다. 우연한 계기로 예술재단의 오혜원(김희애 분) 실장의 눈에 띄어 자신이 가진 재능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오혜원과 아슬아슬하고도 짙은 사랑을 이어간다.
 
앞서 김희애는 "이 드라마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아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아인은 '밀회'가 시청자 입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드라마의 욕구를 정확히 충족시켜 주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유아인은 "'왔어!'라는 기분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었고, TV로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며 "그런 대중의 요구에 정확히 응답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드라마를 통해 나 역시 '허세만 있는 애가 아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정도의 여유와 시각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작지만 소중한 바람을 전했다.
 
취재진을 만나는 자리나 인터뷰 등에서 늘 배우로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온 유아인은 이날도 배우로서 고민하는 대목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그는 "다른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내 장점인 것 같다. 10대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모든 배우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래야 순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난 계속 그래왔다. '배우인데 왜 모두가 똑같은 것만 하라고 할까?', '왜 개성을 무시하지?', '왜 튀는 걸 싫어하지?', '왜 똑같이 해서 1, 2, 3등을 하라고 하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기존 관념에 대한 도전으로도 비친 이 발언은 사실 배우라면 응당 가져야 하는 태도라는 의미였다. 모두가 같지 않은, 그래서 배우로서의 희소성이 있는. 그렇게 대중을 자극하는... 그러면서 "나도 부족하기에 그런 자세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86년생, 올해 만 27세의 유아인은 KBS2 '반올림1'을 통해 10대에 연기에 발을 들였다. 벌써 10여년의 연기 경력이 있는 그이지만, 아직도 겁이 난단다.
 
유아인은 "나도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두렵고 겁이 난다. 걱정도 많다"면서도 "하지만 난 연기를 통해 먹고 살아야 한다. 때문에 '나를 잃지는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배우로서 유아인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 색깔이 좋고 예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며 "그냥 그 누구와도 다른 색깔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그렇게 유아인은, 유아인답게 무대 위에 서 있었다.
 
이날 김희애에게 유아인에 대한 칭찬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희애는 "배우의 느낌이 난다. 늘 어떤 배우가 돼야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 지금보다 10~20년 뒤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희애의 눈에도 비칠 만큼 고민과 성찰에 최선을 다하는 유아인.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유아인다움을 잃지 않기를 바래본다. 싫든 좋든, 그것이 유아인의 색깔이기 때문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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