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포스코와 산업은행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 계약이 성사될 경우 권오준 회장의 첫 번째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과 포스코 등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27일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공식 매각 제안서를 전달했다.
포스코의 투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현재 산은 내 사모펀드부(PE)가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지분 70%를 인수하고, 포스코는 30%만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시장에서 인천공장의 가치가 부채를 제외하고 5000~6000억원으로 수준으로 평가된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는 2000억원 미만의 자금으로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산은이 전달한 제안서에는 동부그룹이 내놓은 매물 중 알짜로 꼽혔던 동부발전당진 우선협상권을 갖는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격이 약 3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동부발전당진은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조속한 매각을 위해 산은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인천시장 선거를 앞두고 산은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미 동부그룹 외에도 산은이 매각을 추진해야 할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하나라도 빨리 처리해 기업 구조조정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은이 당초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겠다는 계획에서 벗어나 규모가 큰 인천공장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포스코를 비롯해 국내 철강사들이 인천공장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해외 매각설이 반복해서 제기되면서 산은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게 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1위 철강사인 바오산철강을 비롯해 수도강철, 안산강철 등 주요 중국 철강사들이 인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천공장의 해외매각에 대한 정부와 철강업계의 우려가 커지면서 결국 포스코에 초점이 맞춰졌다.
포스코로서는 신임 회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룹 계열사를 줄이는 등 재무구조개선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인수를 거절할 명분은 충분하지만, 산은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포스코는 일단 산은으로부터 공식 인수 제의가 들어온 만큼 면밀히 검토해 인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달 인천공장에 대한 실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사 후 인수가 확정되면 산은 사모펀드부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하고, 실제 경영은 포스코가 맡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연간 45만톤의 칼라강판을 생산할 수 있어 포스코가 인수할 경우 일정 사업 부분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장은 칼라강판 외에도 냉연강판과, 아연도강판 생산이 가능해 냉연 일관체계를 갖출 수 있고, 서부권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할 수도 있다. 현재 포스코의 대부분 생산 설비는 포항, 광양 등 동남권에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