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시장에 대형 인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게임빌의 컴투스 인수는 그 서막이었다. 지난달 '애니팡'의 선데이토즈가 스마일게이트에 지분 20%를 1200억원에 매각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데 이어, CJ게임즈는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로부터 5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 투자를 이끌어냈다. 좀 더 멀리보면 2012년 넥슨의 엔씨소프트 인수 또한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또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을 인수하기 위해 접촉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중국발 지분인수 소식이 CJ게임즈 1건 만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게임업체들의 지분인수 경쟁은 게임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벤처로 출발해 신작개발 경쟁에 몰두하는 것이 1단계라면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인수를 모색하거나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그 2단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0여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게임업계가 이제 한차원 넓어진 시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게임사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매각을 계기로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하고 또다른 투자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게임업계에서 선순환 투자구조를 확립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지분인수 행진이 보여주는 의미는 크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게임업계의 화려한 인수 퍼레이드 이면에는 여전히 게임을 죄악시하는 시선이 공존하고 있어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CJ게임즈의 지분매각 발표 하루 전, 게임업계와 문화시민단체는 정부의 게임규제에 항의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발표자들은 '놀이'로서의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유해물질로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강하게 비판했다.
첨단 산업의 하나로 해외의 투자자들이 선망하는 한국 게임이, 한쪽에서는 술이나 마약과 같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모아 개최했던 규제개혁회의에서도 게임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풀어달라는 호소가 나왔지만,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다. 푸드트럭이나 호텔에 대한 규제는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게임 규제는 괜찮다는 결론이 난 모양이다.
모든 산업에는 양면성이 있다. 인류의 공간적 제약을 대폭 단축해준 자동차 산업도 공해와 교통사고라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작용을 이유로 자동차 산업을 죄악시하는 사람은 없다.
게임산업 또한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순기능은 도외시한 채 부작용 바로잡기에만 집착한다면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게임이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의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젊은 창업자들이 청춘을 걸고 뛰어들어 성공신화를 써내는 몇 안되는 사업이다.
해외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사회가 스스로 싹을 꺾어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손정협 IT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