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소재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SRS®(배터리 안전성강화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화학)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화학이 지난해 연구개발비에 4470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1.93%를 차지하며 석유화학 업체 가운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업계 2위인 롯데케미칼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화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 등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격차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 업체들이 주력인 석유화학 외 정보전자 소재와 전지, 태양광 등 신사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반면 롯데케미칼은 신사업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LG화학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4470억원으로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 1.93%에 달한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액의 1.5%인 543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어 금호석유화학(407억원), 롯데케미칼(316억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금호석화와 롯데케미칼의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79%, 0.19%다.
전문가들은 업체별 연구개발비 격차의 주된 요인으로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꼽는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 금호석화가 기존 사업 외에 신성장 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롯데케미칼은 여전히 주력 사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LG화학은 연구개발에서도 모범생다운 면모를 보인다는 평가다.
LG화학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 2011년 1.51%, 2012년 1.66%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1.9%대로 올라서며 2%대 진입을 코앞에 둔 상황이다. 미래성장산업인 정보전자소재, 전지사업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대폭 늘린 덕이다.
LG화학은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3D FPR 광학필름 등 LCD 소재를 비롯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신규 디스플레이 소재 시장을 선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전지 부문에서는 고용량, 고출력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태양광 사업에 사활을 건 한화케미칼은 LG화학에 비해 연구개발 비용 규모는 작다. 하지만 최근 3년간 매출액의 1% 이상을 연구 개발비에 쏟아 부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연구개발비의 40%를 신성장동력인 태양광과 바이오 사업에 투자했다. 나머지 60%는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신소재 개발에 섰다.
합성고무가 주력인 금호석화 역시 기존 사업과 신소재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고기능성 합성고무(SSBR)의 등급을 다양화하는 작업과 함께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합성수지와 결합하는 연구개발 활동을 펼쳤다.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고결정성 폴리프로필렌과 폴리머계 혼화제 원료 등 주로 석유화학 제품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연구개발비 비중은 최근 3년간 1%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1년 0.18%, 2012년 0.18%에 이어 지난해 0.19%를 기록하며 답보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업체별로 주력 사업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개발 비용도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면서 "적정 수준 만큼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신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결국 연구개발비 격차를 불러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성숙기로 접어든 석유화학 분야는 기능이나 성분을 개선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필요한 투자금액이 작다는 설명이다. 반면 신사업 부문은 없던 기술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은 물론 관련 설비 마련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전자소재나 전지, 태양광 등 신사업 분야는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한 탓에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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