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거자금 기부총액 제한 폐지
연방대법원 "기부총액 제한은 수정헌법 1조 침해"
시민단체에서는 금권선거 우려
2014-04-03 16:00:52 2014-04-03 16:05:00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 연방대법원이 개인의 공직선거 후보자나 정당, 후보 외곽 지원 조직 등에 대한 선거자금 기부 총액 제한을 폐지했다. 고액 기부자나 정치자금 모금 단체인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권선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사진=로이터통신)
연방대법원은 2일(현지시간) 위헌 5명대 합헌 4명으로 개인의 선거자금 기부 총액을 제한하는 연방 선거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기부총액 제한은 언론·종교·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를 침해한다"며 "민주주의에서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기본적인 권리는 없다"고 판시했다.
 
2년을 기준으로 여러 후보에 대한 기부총액을 4만8600달러로 제한하고, 정당과 슈퍼팩에 대한 총액을 7만4600달러 이하로 규제한 조항도 무효화됐다. 다만 선거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뒤 후보자에게 건네는 기부금은 현행 조항대로 2600달러로 제한토록 했다.
 
지난 2010년 기업 및 단체의 선거자금 총액 제한을 폐지한 데 이어 개인의 정치 기부금에 대한 제한도 없앤 것이다. 미국은 지난 1970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고액 기부자들의 매표행위를 막기 위해 정치기부금을 제한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무제한적으로 모금 활동을 해오던 슈퍼팩에 밀려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정당들이 이번 판결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동안은 개인의 후보자와 정당 등에 대한 기부금을 모두 12만3200달러로 제한하면서 후원금액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이번 판결은 대법원 내에서도 판사들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성향 의원들은 정부가 국민의 정치적 참여를 통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일제히 위헌 판결을 내렸다. 반면 진보 진영 의원들은 기부총액 제한은 민주주의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합헌을 주장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공화당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비난하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은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기부자들은 원하는 것을 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패트릭 레이히 상원의원은 "기부총액 제한이 폐지됨으로써 억만장자들의 목소리는 강해지고 평범한 미국인의 목소리는 묻혀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도 자산가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선라이트재단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면서도 "어쨌든 금권선거가 최고 법정의 인가를 받게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2012년 선거 당시 상한선을 채워 기부한 유권자는 모두 644명으로 기부금은 총 9340만달러였다. 이들 중 60%는 공화당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달러 이상을 기부한 유권자는 모두 120만명으로 기부총액은 2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당시 사용된 선거비용의 6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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