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예능 프로그램간의 경쟁이 심각성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KBS, MBC, SBS)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상파 3사의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 3시간 30분에 육박하면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제작진 또한 늘어나는 방송시간을 맞추느라 힘에 부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KBS2 '해피선데이'는 일요일 오후 4시 20분, MBC '일밤'은 4시 30분, SBS '일요일이 좋다'는 4시 40분에 시작한다. 각 방송이 8시 무렵 끝나는 것을 고려하면 각 방송사는 약 3시간 30분 가까운 예능 프로그램을 매주 만들어내고 있다.
각 프로그램이 두 편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개개의 방송은 100분 이상이 된다는 의미다. 이는 현 방송 시스템상 큰 무리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MBC의 한 예능 PD는 "매주 100분 이상의 방송을 만드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시나리오가 짜여진 드라마도 75분 방송이다. 100분을 넘긴다는 것 자체가 퀄리티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장면이 들어가 재미를 떨어뜨리거나, 억지스러운 자막과 연출이 드러나 간결한 느낌을 줘야하는 버라이어티의 포인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봤던 장면을 다른 각도나 슬로우 형식으로 연달아 보여주는 90년대식 연출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예능프로그램이 늘어진다"는 의견이 종종 보인다. "지나치게 긴 런닝타임이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처럼 제작진과 시청자들은 길어진 방송시간의 문제점을 실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방송사들은 일요일 예능프로그램의 '늘이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이는 방송을 일찍 시작하면서 시청자 선점 효과를 보겠다는 꼼수로 여겨진다. KBS의 한 PD는 "제작진이 관여할 상황은 아니다. 늘어나는 방송 시간 때문에 제작진도 고충이 많다"고 토로했다.
앞서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자신의 트위터에 "길어지는 러닝타임에 제작진도 지쳐가는 것이 사실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편성에 맞춰 프로그램이 계획보다 길어지기도 한다"라며 "다른 방송사가 하는 일을 우리라고 안 할 수는 없고, 그렇게 맞춰가다 보니 프로그램이 한 없이 길어진다. 매주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일요일 예능 편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최근 방송사 3사 예능 CP들은 방송시간 협의를 위해 만남을 준비했으나, KBS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만남 자체가 불발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사의 CP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주말 예능 편성은 마이너스다. 이기심에서 발발한 경쟁이 시청자와 제작진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그래도 방송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것은 타 방송사에서 편성시간을 늘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도 시청자들을 잃어 어쩔 수 없이 같이 시간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의 경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서로의 이익을 생각하기에 앞서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기회와 선택권을 제공하는 게 방송사의 태도가 아닐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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