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오는 23일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항공회담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전문가들이 엇갈린 대응책을 주문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의 수익 개선을 위해서 황금알을 낳는 중국노선의 운항 확대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무조건적인 시장 확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중국노선, 운항확대 절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적 LCC들이 중국과의 항공회담을 앞두고 각 사별 건의사항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상태다.
일단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중국 정부와의 항공회담을 통해 항공자유화 등 운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알짜노선' 역할을 했던 일본노선이 최근 엔저와 한·일관계 악화 등으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중국노선이 가장 중요한 수익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발 여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국적 LCC들은 중국승객 모시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입국자 수는 역대 최대 규모인 432만6869명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 기준 중국인 입국자 수는 62만3003명에 달했다.
국적 LCC는 급한대로 중국 부정기편을 대폭 늘리며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국 정부의 견제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항공진흥협회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와 외국 LCC 등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의 시장상황에서 국적 LCC로써는 중국노선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성공적인 회담을 통해 운항확대로 이어진다면 국적 LCC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족할 만한 회담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중국과의 항공회담에서 유독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온 우리 정부가 이번 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3년만에 진행되는 중국정부와의 항공회담이기 때문에 기대가 적지 않다"며 "정부가 자국 항공사 보호를 고집하는 중국정부와의 회담에서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중 항공회담, 이해득실 확실히 따져야"
이런 가운데 한·중 양국 항공시장 개방은 점진적이고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는 서비스 격차는 줄어들고 있지만 중국 측이 우위에 있는 가격 경쟁력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항공사들은 국제선 수요의 10배가 넘는 내수 수요가 존재한다. 경우에 따라 국제선 항공권 가격을 급락시켜 출혈경쟁을 감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국제선, 특히 중국 노선에 승부를 걸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또한 중국 항공사들은 낮은 인건비와 국영유류공급기업, 위안화 가치상승, 2000대 규모 항공기 보유량 등 우리나라 항공사 대비 원가 우위 요소가 풍부하다.
공항인프라에 있어서도 중국이 비교 우위에 있다. 향후 우리나라와 중국항공사간의 경쟁은 중국내 공항에 선호하는 시간대에 맞춰 이착륙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경쟁(슬롯 경쟁)이다.
항공자유화가 실시될 경우, 슬롯경쟁이 불가피하다. 공정한 경쟁의 룰의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내 항공업계로서는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LCC들은 한·중 항공자유화가 유리하다고 판단하지만 중국의 LCC들이 대규모로 국제노선에 진출하게 되는 성장단계에 이르면, 시장경쟁의 불확실성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교수는 "중국 항공업계의 성장은 빠르면 당장 2년, 3년 뒤가 될 수 있다"며 "시장개방은 점진적이고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시장의 리스크를 줄인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허 교수는 "중국공항의 건설투자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협상카드를 비축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며 "우리 항공업계를 먼저 보호할 수 있는 협상카드를 비축해 두면서 시장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공급력을 확대해 나가는 보수적인 입장도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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