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비상경영에 직원사기 '바닥'
복지는 줄고, 성과급 대신 G패드.."담배 태울 여유도 없어"
2014-04-13 09:00:00 2014-04-13 10:37:56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이례적으로 고강도의 위기경영을 강조한 이후 정작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위기의식보다 '사기저하'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회사가 직원복지, 성과급 등 인력에 대한 비용절감부터 단행하고 나서자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
 
최근 LG전자(066570) 직원들 사이에서는 '집중담배 시간'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평일 오전 11시가 되면 직원 중 흡연자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가 저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LG그룹 주요 계열사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집중근무제' 이후 생겨난 신 풍속도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가 집중근무 시간이기 때문에 흡연자 직원들은 해당 시간 동안 담배 한 대 태울 여유 없이 일하다가 11시만 되면 일제히 한 곳에서 담배를 태운다는 얘기다.
 
출근 시간도 빨라졌다. 올해부터 본격 적용된 출근 시간은 8시30분. 과거 출근시간보다 30분이나 앞당겨졌다. LG 측은 "9시에 출근하면 업무준비를 하느라 9시30분부터나 제대로 근무를 시작할 수 있어 그만큼 시간을 빼앗긴다"고 설명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LG 내부 관계자들은 경영진의 이 같은 방침이 결과적으로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야근 수당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집중근무제 시행과 동시에 "가급적이면 야근하지 말고 일찍 퇴근하라"는 상부 지침이 수시로 내려왔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는 개별 직원이 회사에 야근 수당을 신청하는 절차도 더 까다로워졌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야근을 한 이후 내가 야근을 했다는 사실을 알리면 수당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야근도 미리 사전에 신청을 해서 승인 받은 뒤 청구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출근 시간을 8시30분으로 조정한 건 오후 5시30분으로 퇴근 시간을 앞당겨 전반적인 업무 문화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야근 수당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직원들에게 상·하반기 나눠 지급해 온 춘계, 추계 비용과 수시로 지급해 온 비타민 비용 역시 올해는 지급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춘계, 추계 비용은 회사 측에서 봄, 가을 직원들의 야유회 지원 차원에서 모든 직원에게 현금으로 지급해 온 비용이다.
 
무엇보다 침체된 분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대폭 삭감된 성과급이다. 지난해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될 성과급은 올 들어 기본급의 최대 100%로, 전년(250%)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일부 사업부의 경우 아예 성과급 대신 LG전자의 태블릿PC인 'G패드'를 받기도 했다. G패드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35만원 수준이다.
 
연구조직에서도 비용 절감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복수의 내부관계자 등에 따르면 올 초 LG전자 가산 MC연구소, 서초 R&D캠퍼스 등에서 일부 연구인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접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질적인 인력 조정 범위는 소폭에 그쳤고, 신청접수 또한 해당자에게만 비공개로 진행돼 충격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전열을 재정비한다는 차원에서 이미 부서 통폐합 등을 통한 소규모 인력조정이 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주력 사업인 LCD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리 적극적인 비용 감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경영 환경 개선에 대한 실마리는 쉽게 관측되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미래성장 동력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태양광, 수처리 사업, 자동차부품(VC)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은 아직 없다.
 
기껏 쫓아온 스마트폰은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TV나 가전 역시 예전과 같은 영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부문만이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LG의 답답함이 이어지고 있다.
 
◇LG전자 여의도 트윈타워.(사진=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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