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중윤기자] 수조원이 넘는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만명이 넘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4)과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56)이 CP판매를 독려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위현석) 심리로 열린 여섯번째 공판기일에서증인으로 출석한 전 동양증권 리테일 사업본부장 윤모씨는 정 전 사장이 "구조조정이 잘 되고 있으니 CP와 회사채를 팔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정 전 사장이 동양증권 사장으로 취임했던 지난해 6월 이후 진행된 리테일 지역본부장 회의에서 수차례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불과 한 달전인 지난해 8월에는 "그룹의 구조조정 의지가 확고하고 현 회장이 자산 매각을 조속히 마무리 할 것이며 동양파워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써 외부가치가 크다.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8월 모 신문사에서 동양그룹의 '구조조정이 실제로는 잘 안되고 있다. 개인고객들은 폭탄을 안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가자 정 전 사장이 작성하도록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 전 사장은 구조조정이 잘 되고 있다는 말을 수차례 하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구조조정 상황은 증인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 전 사장 측 변호인이 "현 회장과 정 전 사장이 CP부도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잘 될 것이라고 거짓말한 것으로 보였는가"라고 질문을 하자, 윤 전 부장은 "자신 있게 말씀하셔서 믿었었다. 다만 어떤 마음으로 말씀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윤 전 부장은 다만 "동양증권 사장이 고객들에게 부실 계열사 CP에 대해 판매할 때 고지의무 등을 위반하면서까지 상품을 팔아라 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윤 전 부장은 "그런 적은 없는데 불완전 판매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현 회장은 2012년 말부터 지난해 9월까지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1조3000억원 상당의 CP·회사채를 발행해 4만명이 넘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현 회장과 함께 정 전 사장, 이상화 전 동양인터네셔널 사장(48),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38) 등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17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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