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참으로 안타까운 현장에서 참으로 꼴사나운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공무원들의 언행을 보면 사고로 생긴 가슴 답답함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현장에 찾아간 공무원들은 실종자 가족들을 우롱하는 행동을 하고, 현장이 아닌 곳에서는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황당한 언행을 쏟아내고 있다.
실종자 가족지원 상황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려다 공분을 산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식음을 전폐한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응급진료소에서 라면을 먹는 것도 모라자 수행원에게 같이먹자고 손짓까지 한 교육부 장관도 있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시각, 선거운동을 하느라 폭탄주를 돌리는 정치인도 있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SNS를 통해 퍼뜨려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후벼판 국회의원들도 넘쳐난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를게 없다.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 중 하나는 공무원들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사과'였지만, 마치 자신에게는 한줌의 책임도 없는 것처럼 "책임자를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는 호통만 쳤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이들 역시 단순히 눈치가 없어서 실수한 것으로 치부할수도 있겠지만, 그 내용이나 과정, 그리고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인식을 하고나서는 용납이 쉽지 않다.
행정부 수장이든 금뱃지를 달았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公僕)이다.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국가공무원법의 가장 첫 줄에서도 공무원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행동은 누가 봐도 봉사자나 심부름꾼의 행동은 아니다.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유가족들에게 "장관님 오십니다"라며 그들 스스로의 의전을 최우선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갑'이지 봉사자나 심부름꾼이 아니다.
스스로 국민을 위한 공복임을 잊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가장 존중해야 할 공무원들이 국민을 우습게 여긴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가적인 문제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 어떤 것도 할수 없는 부모들이 고통에 겨워 호통치는 것을 두고 '미개한 국민'이라고 치부하는 생각없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도, 국민을 섬겨야 할 공직자가 국민을 업신여기기 때문에 비롯된 일 아니겠는가.
대통령이 말했던 우리 사회의 쳐부술 원수나 암덩어리는 규제가 아니라 스스로 봉사자가 아닌 갑이라고 여기는 공무원의 잘못된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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