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불과 몇주 전만 해도 고성장주의 급락 여파에 흔들렸던 뉴욕증시가 기업 실적 기대감에 다시 상승 시동을 걸고 있다.
이례적인 한파를 겪으며 1분기 기업 실적이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눈높이가 낮아진만큼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워치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호조로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적발표 기업 3곳중 2곳 '예상 상회'
21일(현지시간) S&P캐피탈IQ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전분기대비 1.1% 감소할 전망이다. 전망대로라면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약 4년반만에 기업 실적이 둔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S&P500 기업의 17%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3곳중 2곳은 예상을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주를 비롯해 야후와 넥플릭스 등 기술주, 존슨앤존슨, 할리버튼 등이 줄줄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발표했다.
로렌스 크리츄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 매니저는 "1분기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나온 실적은 생각보다 좋다"고 말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가입자수가 크게 늘면서 지난해 1분기 300만달러였던 순익은 5300만달러로, 주당순이익은 5센트에서 83센트로 급등했다.
금융주중에서는 모건스탠리가 1분기 순익이 15억1000만달러로 전년동기 9억 6200만달러보다 56% 급증하는 깜짝성적을 기록했다. 씨티그룹도 순이익이 38억1000만달러에서 39억4000만달러로 3.5% 향상됐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67%가 예상보다 높은 순익을 기록했고 51%는 기대치 이상의 매출을 발표했다. 다만 이는 최근 4년간 평균인 73%와 58% 보다는 부진한 성적으로 평가됐다.
또 과거 어닝서프라이즈 기업들은 예상치보다 평균 5.8% 높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2%에 그치며 실적개선 폭도 과거보다 적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주 159개 대기업 실적발표..기술주 분위기 반전 주목
이번주에는 S&P500 상장기업의 3분의1이 실적을 발표한다. 애플과 맥도날드, 델타항공, AT&T 등 주요 대기업 159곳의 실적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뉴욕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1분기 순이익은 소폭 증가하고 매출은 정체를 보일 전망이다. 리서치회사 스타마인은 애플의 실적이 예상치를 1%정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거지는 맥도날드의 실적은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기술주들도 잇따라 실적을 내놓는다. 넷플릭스의 어닝서프라이즈가 기술주 전반으로 이어지며 최근의 매도세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와츠앱과 오큘러스VR 등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실적 우려감이 커지기도 했으나 모바일 광고 매출의 성장에 힘입어 1분기 주당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두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페이스북은 실적 기대감이 비교적 큰 만큼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할 경우 시장의 실망감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지난주 전년동기대비 30% 이상 증가한 순익을 발표했으나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실적발표 직후 급락한 바 있다.
아마존은 순익과 매출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고, 사령탑이 교체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순익과 매출이 모두 소폭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힘 얻는 증시 낙관론..최대변수는 '실적결과'
기대 이상의 실적이 속속 발표되면서 뉴욕증시는 상승탄력을 얻고 있다.
지난주 S&P500지수는 2.7% 오르며 최근의 부진을 만회한 것은 물론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주간상승폭을 기록했다.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장기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나스닥지수도 지난 2월 이후 가장 긴 5거래일 연속 랠리를 기록 중이다.
◇S&P500지수 주가차트(자료=스톡차트닷컴)
존 폭스 페니모어자산운용 리서치디렉터는 "지금까지 발표된 실적은 상당히 좋았다"며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경제도 개선되고 있어 증시 상승을 위한 모든 기초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찰스 스미스 포트핏캐피털 그룹 공동설립자도 "실적 전망치가 충분히 낮아진 만큼 주가의 상승세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팀 그리스키 솔라리스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많은 투자자들이 실적 발표를 기다리며 투자하지 않고 돈을 쌓아두고 있다"며 실적개선이 투자의 촉매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여전히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실적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닝에 대한 우려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되긴 했지만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경우 시장의 매도세가 다시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짐 폴슨 웰스캐피탈매니지먼트 연구원은 "S&P500지수가 1900을 넘어 2000선까지 오를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의 칼럼니스트 케니 폴캐리도 "상승하는 조류가 모든 배를 높이 띄우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기업별로 실적과 뉴스를 면밀히 살피며 종목을 솎아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주 IBM이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보인 매출 부진에 주가가 급락했던 만큼 애플, 퀄컴 등 중국에 매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실적이 향후 증시 흐름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사크 시디치 ETX캐피탈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특히 IT주들의 실적을 주목하고 있다"며, "기대를 밑도는 실적이 발표된다면 증시의 추가하락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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