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를 맞는 23일. 민간다이버들의 울분이 터졌다. 생계를 잠시 접어두고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전남 진도로 달려왔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재난사고를 수없이 겪은 이들은 사고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버선발로 뛰어 왔지만, 정작 침몰 현장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민간 잠수사들이 철수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은 이날 "다이버가 수백명이 와도 작업에 투입되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며 "오늘도 경력 15년 이상의 다이버 11명을 선별했으나 이들 중 몇 명이나 잠수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터뷰하고 있는 민간잠수부들(사진=뉴스토마토)
황 회장은 "숙식을 하면서 잠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정부에 건의했으나 달리진 건 없다"며 "오늘 나가도 작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국방부 소속 윤부한 목포 특전예비군중대장은 침몰 첫 날인 지난 16일 한달음에 진도를 찾았다. 그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윤 대장은 "첫 날 특전사 동기회에서 4명, 해병전우회에서 6명 이렇게 총 10명이 팽목항에서 경비정을 타고 현장에 도착한 후 모함 3012호에 내렸다"며 "하지만 오후 12시부터 밤 7시까지 그대로 대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밥도 먹지 못한 채 무한 대기했고, 아무도 팽목항으로 데려다주지 않아 밤에 민간 어선을 빌려타고 나왔다"며 "이러려면 뭐하러 거기까지 데려갔는지 모르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한 사람이라도 살려면 구조를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이게 바로 생존자가 한 명도 없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들째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윤 대장은 "오후 12시에 경비정을 타고 갔는데 그게 보급선이었다"며 "여기저기 들르다보니 침몰 현장에는 오후 4시16분이 다 돼서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간 잠수부들은 오후 6시 넘어서 물에 한 번 들어갔다가 나온 게 전부였다.
◇세월호 침몰 수색 현장(사진=범정부사고대책본부)
셋째날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그는 "경비정을 지원해주지 않아서 완도에서 자비로 19톤 크루저를 몰고 진도로 왔다"면서 "그러던 중 기름이 떨어져서 지원 요청을 했으나 그 조차도 안해줘서 사비로 160만원을 들였다"고 분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수중협회 경북본부 관계자는 "작업 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조류가 굉장히 빨라서 밧줄 잡고 버티기도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 관계자는 "첫 날 배가 없어서 선체 진입이 안됐다"며 "천안함 때도 그렇고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실제 구조를 하는 것은 특수부대·수색대·SSU·UDT 출신이 모여있는 민간 잠수부"라고 전했다.
그는 "구조하는 데만 힘을 써야하는데 누가 몇 명을 수습하느냐처럼 쓸 데 없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민간 잠수부들은 하나둘씩 철수하고 있다. 한 잠수부는 "배가 워낙 커서 민관군 함께 작업을 한다해도 서로 작업에 방해가 되거나 병목현상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가이드라인은 5개밖에 설치되지 않았다"며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보고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이만 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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