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中企 연합형 퇴직연금 찬밥신세,왜?
2년간 가입실적 '0'..홍보부족에 자금난까지 설상가상
연금사업자도 유치에 소극적.."중기 지원 확대돼야"
2014-05-03 06:00:00 2014-05-03 06:00:00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이 지난 2012년7월부터 시행됐으나 제도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복수 사용자 확정기여(DC)형'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복수 사용자 DC형은 퇴직연금사업자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플랜에 다수의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형태로 연합형이라고도 불린다.
 
퇴직연금 중소사업장의 업무 처리 간소화와 수수료 절감을 기대하며 도입된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中企는 퇴직연금 사각지대 
 
그 결과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사각지대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1.3%이지만,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15.9%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복수 사용자 DC형의 부진은 정부의 지원 부족과 중소기업의 인력·자금난 등 어려움이 여전한 데다 퇴직연금사업자의 소극적인 태도 등이 합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상우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선은 이 제도를 아는 중소기업이 별로 없는 등 홍보가 잘 안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이 제도만을 알리는 홍보 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의 제도 인지 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도 없었다.
 
◇연금사업자도 유치에 소극적
 
중소기업의 인력·자금난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현장 실사를 가보면 신규 채용도 안 되고 이직률도 높아 퇴직연금 가입은 언감생심"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00~299인 규모 사업장의 평균 이직률은 13.7%에 달한다.  
 
이 수석연구원도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장부상 부채로 잡아뒀던 퇴직금을 연금으로 전환하려면 은행에서 돈을 꿔야 하는데 이것조차 여의치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금 사업자의 소극적 태도도 원인이다. 퇴직연금업계 관계자는 "이 사업에 뛰어들면 수수료로 0.5% 정도를 받는데 적립금이 100억원일 때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5000만원에 불과해 효율성이 낮은 데다 중소기업 자체의 수요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복수 사용자 DC형이 반쪽짜리로 도입된 탓이란 지적도 있다. 이 제도에는 중소기업 중 한 곳이 대표 사용자 역할을 맡아 연금 사업자에 대한 바게닝 파워(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은 도입되지 않았다.
 
대표 사용자의 권한 남용을 우려한 까닭도 있으나, 중소기업의 협상력은 살피지 않은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중소기업이 퇴직연금 가입을 꺼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연금 사업자에게 회사 사정이 알려질 수 있고 비용도 늘어난다는 우려에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에는 강소기업도 많고 사업주는 약자가 아니다"라며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미가입의 피해는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검토
 
정부도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홍보 활동이나 통계 작성을 하지는 않았으나 단 한 건도 없는 등 활성화가 안 된 사실은 알고 있다"며 "연금 사업자들이 해보지도 않은 것도 문제지만, 중소기업의 자금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사적 영역이라 정책 연구가 쉽지 않지만 큰 틀에서는 기금형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제도 확산을 하려는 연구·개발 단계"라고 말했다. 기금형 제도는 노사가 합의해서 기금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퇴직연금업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정부에서 보조해주면서 활성화했다"며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퇴직금 적립금을 연금화할 때 직원에게 중산정산해야 하는 비율을 기존 70%에서 한시적으로라도 30%으로 낮춘 뒤 단계적으로 5%씩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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