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드래곤볼’, ‘슬램덩크’, ‘마이러브’,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진짜사나이’, ‘짱’. 7080 세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봤을 만한 만화들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만화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어느 순간부터 만화는 우리 곁에서 멀어졌다. 대여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포털 웹툰이 있다곤 하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그 많고 재밌던 단행본과 잡지는 어디로 갔을까.
이때 스마트폰 보급을 기회 삼아 ‘온라인 만화방’을 만들겠다는 젊은이가 나타나 눈길을 끈다. 그는 명문대 출신 ‘엄친아’도, 미래가 촉망 받는 개발자도, 대기업 경력자도 아니다. 눈에 띌 만한 스펙 하나 없지만 콘텐츠를 보는 눈만큼은 누구보다 탁월했던 파워블로거 ‘레진’, 한희성 대표다.
한 대표가 만든 만화서비스 '레진코믹스'는 부분유료화로 운영된다. 초반부를 공짜로 보고 맘에 든다 싶으면 가상코인을 구입해 나머지 후속편을 구독하는 식이다.
광고모델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작가들에게 좋은 만화를 그릴 수 있는 환경, 독자들에게 좋은 만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함이란다. 이를 위해서는 트래픽보다 자발적인 구매, 충성도에 의한 수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레진엔터테인먼트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최근에는 엔씨소프트로부터 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이르는데, 불과 1년 만에 수백억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회사로 성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순매출 20억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니 주가매출비율(PSR)로 보자면 10~20배 수준. 웬만한 모바일게임사보다 가치배수가 높은 셈이다.
레진코믹스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눈에 띌 만한 스펙이 하나 없으면서 ‘미션 임파서블’을 수행한 한희성 대표는 누구일까. <뉴스토마토>는 얼마 전 신사동 사옥을 방문해 한희성 대표, 권정혁 CTO, 이성업 이사, 이승한 PD, 김창민 PD 등 핵심멤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온라인 만화방을 꿈꾸게 된 사연은?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입니다. 요즘 레진코믹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무척 뜨겁습니다. 주로 집중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왼쪽부터 김창민 PD, 이승한 PD, 권정혁 CTO. 한희성 대표는 개인사정을 이유로 사진촬영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정혁 CTO(이하 권 CTO) : 이용자 만족을 높이기 위해 2.0 버전으로 개편작업 중이고요.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창민 PD(이하 김 PD) : 지금까지는 만화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뤄졌는데요. ‘트랜스 미디어’라고 해서 영화, 방송, 게임 등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트랜스 미디어라는 용어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설명, 부탁합니다.
▲권 CTO : '원소스멀티유즈‘가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미디어에 송출하는 개념이라면 트랜스 미디어는 각 미디어에 맞게 콘텐츠를 변환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재창조죠. 최근 CJ E&M과 제휴를 맺고 엔씨소프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게 이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트랜스 미디어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우선 대표님에 대해 알고 싶은데요. 어떤 커리어를 밟으셨나요?
▲한희성 대표(이하 한 대표) : 사실 저는 딱히 커리어를 말씀드릴 게 없어요. 대학도 가지 않았고, 취업을 한 적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돈 번 것은 외부기고와 일본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했던 게 전부죠.
◇ '레진' 블로그. 뜨거운 인기 속 한 대표의 별명은 '레진사마'였다.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
-하지만 파워블로거로서 위상이 대단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방문자가 얼마나 됐나요?
▲한 대표 : 누적으로 치면 5000만명 이상 되는 것 같아요. 재방문율도 90%가 넘었죠. 성인물에 대한 이야기나 독특한 관점에서 영화비평을 했는데요. 특이했던지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실례되는 질문인데요. 대학은 왜 안갔나요?
▲한 대표 : 미대 지망생이었는데 예비번호에 잘려 재수를 했어요. 당시 나이가 어려서 상처를 많이 받았죠. 그러다 문득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점수 맞춰 대학가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뛰쳐나갔어요.
-자유로운 영혼이셨군요. 혹시 창업에 관심이 많았나요?
▲한 대표 : 사업에 대한 공상을 많이 했어요. 개인적으로 IT기업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창업자가 타이밍 맞게 사업을 시도했고 성공한 경우라고 봤습니다. 스스로 기회를 잡지 못한 것에 아쉬웠죠. 이후 아이폰이 나온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사업을 구상했는데요.
◇ 사무실 전경. 마치 가정집 같다. (사진=뉴스토마토)
첫 번째로 연 것은 '레진닷컴'이라는 웹진입니다. 혼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돈도 금방 떨어지고, 썩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사업이란 동아리 활동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 계기였죠. 그래서 방향을 선회하려는데 만화 관련 콘텐츠 트래픽이 제일 높다는 것에 주목을 했습니다. 이때 만화와 스마트폰을 결합하면 큰 파괴력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장조사를 했죠. 많은 사람을 만나봤는데 출판사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IT기업은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기술과 콘텐츠 둘 다 필요하다는 것을.
첫 번째로 콘텐츠를 확보하기 시작했어요. 서울, 부산, 제주도 등 장소 가리지 않고 작가들을 만나 설득하고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만화는 유료로 팔려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는데 많이 공감해주셨어요.
그 다음으로는 서비스를 만들어줄 개발자가 필요했죠. KTH에서 막 나온 권 CTO님을 트위터를 통해 만나 합류를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와주시는 것은 물론 좋은 분까지 소개시켜줘 지난해 7명으로 출발했습니다.
◇전설의 콘텐츠 큐레이터와 스타개발자의 만남!
-권 CTO님은 저명한 개발자로 알고 있습니다. 생면부지의 사람과 협업을 결심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유가 있었나요?
▲권 CTO : 일단 첫 번째 만나자마자 “만화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이 너무 좋았어요. 제가 정말 만화를 좋아하거든요.
-대표님은 권 CTO님이 만화 매니아라는 것을 알았나요?
▲한 대표 : 몰랐어요.
-인연이었네요.
▲권 CTO : 그 다음 질문도 좋았습니다. “지금도 만화보세요?”라는 말이었는데 스스로 “왜 난 만화를 보지 않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그리고 한 대표에게 신뢰감이 들었어요. 작가들로부터 사인을 받은 계약서 40장을 들고 왔기 떄문입니다. 이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인데 보통 기획자들은 아무 것도 없이 아이디어만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바로 연재할 수 있으니 개발만 하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죠.
◇ 레진코믹스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
물론 당시에는 바로 대답을 주지 못했어요. 평소 알고 있던 개발자에게 “혹시 레진이라는 블로거 알아?”라고 물어보니 "그 유명한 레진사마?"라며 안다고 하더라고요. 이후로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실행력의 승리군요. 자본금 현황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한 대표 : 법인은 2012년 웹진을 하면서 만들었는데요. 1500만원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다 날렸고요. 레진코믹스를 내놓기 전에 1억5000만원의 엔젤투자를 받았고, 이것으로 개발을 했죠. 그리고 바로 얼마 전 엔씨소프트에게 50억원을 투자 받았고요.
-이밖에 증자는 없었나요? 권 CTO님과 창업멤버 지분은 존재하나요?
▲권 CTO : 창업자 구주를 인수했죠. 일부 멤버들도 마찬가지고요.
-여전히 대표님이 최대주주인가요?
▲한 대표 : 예. 맞습니다.
-레진코믹스는 초기 어렵지 않게 시장안착을 했다고 봐요. 비결이 있었나요?
▲권 CTO : 우선 계약을 맺은 만화가 40명에 대한 팬덤이 컸어요. 그리고 저와 한 대표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오래 하면서 구축한 인맥이 있었죠. 시드유저가 있었다고 해야할까. 온라인 마케팅을 잘 수행한 것도 성공요인이었어요. 한 달 전부터 티저사이트를 오픈해 하나하나씩 작품을 공개했던 게 많은 관심을 받았거든요.
-트래픽은 얼마나 나왔나요?
▲한 대표 : 불과 이틀 동안 회원가입 10만명이 이뤄졌어요. 페이스북 '좋아요'는 1만명 수준이었고요.
◇'미션 임파서블' 유료화 성공..비결은?
◇ 초반부는 무료로, 후반부는 유료로 운영하는 결제시스템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
-엄청난 반응이네요. 유료화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만 하더라도 리니지 상용화 당시 “장렬하게 전사하겠다”는 마음으로 했다고 해요. 레진코믹스는 어떻게 설계했는지, 그리고 심리적 압박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한 대표 : 에휴, 엄청 많았죠.
▲권 CTO : 문구 하나, 숫자 하나 다 고민을 했어요. 가장 많이 참조했던 것은 게임 분야에요. 특히 외국 게임사 밸브의 유통채널인 '스팀', 국내 게임사 넥슨의 부분유료화 정책을 눈여겨봤죠.
일부를 공개하고 나머지에 과금을 하는 것 말이죠.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용자가 돈을 쓸 때 고통이 없게 할까가 관건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유료화는 감성의 영역이라고 봅니다. 콘텐츠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호기심, 수집욕, 팬덤 등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공감하나요?
▲한 대표 : 동의해요. 모든 소비의 주체는 감정이라고 봐요. 사람들은 명품을 살 때 논리에 기반해서 움직이지 않아요. 구매한 이후 합리화하는 것이죠.
-다른 이슈는 없었나요?
▲편리한 이용환경을 조성하는 게 매우 중요했어요. 저는 유독 한국 사람들만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로 사는 데 거부감이 크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사실 무엇을 하든 돈이 들기 마련인데 그럴 만한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에죠. 디지털 콘텐츠만 하더라도 그래요. 합법적인 유통경로보다 불법적인 유통경로가 더 편리하거든요.
예를 들어 주변에 지인이 하나 있는데 매달 웹하드에 몇만원씩 써요. “(어치피 불법인 것) 무료 파일공유 프로그램을 쓰라”고 하면 말을 듣지 않아요. 한번만 충전하면 훨씬 빠르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 레진코믹스 작품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
반면 합법적인 유통경로라면 액티브엑스 때문에 결제가 어렵고 제한사항도 많고 그래요. 가뜩이나 돈을 낸다면 맛있는 것을 먹어도 억울할까 말까인데 맛없는 것이라면 얼마나 짜증나요. 이 구조만 해결하면 된다고 봤어요. 여기에 작품이 좋았으니 성공한 것이죠.
▲권 CTO : 안드로이드에 집중한 것도 쉽게 결제하고 편리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었죠.
-오프라인 만화시장이 어렵게 된 이유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한 대표 : 비슷한 이야기에요. 옛날에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만화를 팔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100만부가 넘게 팔린 작품도 있었죠. 하지만 청소년보호법이 생기면서 만화를 사려면 시내 서점으로 가야했어요.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시켰으니까요.
자연스럽게 팬은 떠나고, 작가는 생활이 어려워지고, 출판사는 보수적으로 바뀌었죠. 여기에 대여점까지 나오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됐고요.
◇월 거래액 7억원..회원수 100만 돌파!
-레진코믹스가 이룬 성과가 궁금합니다.
▲이성업 이사(이하 이 이사) : 일단 생태계가 다양해졌죠. 기존에는 웹툰 소비공간이 포털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포털은 개그톤이 강하고 10대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만화를 주로 다루는데요. 우리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적인 만화를 많이 소개합니다. 콘텐츠 다양성에도 기여한 셈이죠.
-월 거래액은 얼마인가요?
▲한 대표 : 7억원입니다.
-회원수는요?
▲권 CTO : 최근 100만을 넘었습니다. 웹과 모바일 포함해 회원 90%가 매달 한번 이상은 방문한다고 보시면 되요.
◇ 사무실 (사진=뉴스토마토)
-수익배분에 대해 궁금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레진이 전체 거래액에서 20%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아요.
▲권 CTO : 대충 그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작가들에게 많이 돌려줍니다.
-아무래도 결제 비중은 IAP(앱 내 결제)가 제일 많겠네요.
▲권 CTO :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모바일이 가장 편하니까요.
-네이버와 다음이 이미 웹툰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틈새를 공략했죠?
▲이승한 PD(이하 이 PD) : 작가들로서는 “왜 내 만화가 무료로 읽혀야 돼?”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레진코믹스는 유료화와 수익배분 모델을 통해 이런 것을 잘 긁어줬어요.
▲한 대표 : 그리고 포털에는 자극성이 강하거나 짧은 호흡의 콘텐츠가 많아요. 예를 들면 슬램덩크와 같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무조건 트래픽이 절대기준이자 가치이니 인기순위 아래로 밀려나가게 되죠.
자연스럽게 작가들은 “차라리 이 작품 중단하고 사람들이 즉각 반응하는 것을 만들고 돈을 더 벌자”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레진에서는 긴 호흡의 만화, 퀄리티 높은 만화, 그리고 싶은 만화를 만들 수 있어요. 작품성만 좋으면 독자들은 결제를 하니까요.
◇레진코믹스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
◇성인물 논란..입장은?
-레진코믹스 매출 대부분이 성인물이 많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그래서 오픈마켓으로부터 제재를 받거나 각종 노이즈가 일어나는 등 리스크로 작용하진 않을까요? (편집자주 : 분위기가 과열되고 우후죽순 의견이 나와 가장 많이 발언한 이성업 이사가 정리하는 것으로 표현)
▲이성업 이사 : 여러 가지 각도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성인물이 많긴 하지만 포르노 그래피는 거의 없어요. 작품 자체가 야한 게 아니라 흐름상 러브씬이 존재하는 등 부분적으로 그럴 뿐이에요. 예컨대 영화 ‘신세계‘의 경우 성인물이지만 포르노라고 보긴 어렵죠. 이와 비슷해요.
그리고 자율규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라면 19금으로 매기는 엄격한 자율규제도 논란에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매출 절대다수가 성인물로 나온다는 이야기 또한 맞지 않거니와 실제 그렇지도 않아요. 이용자 60%가 여성이고 18세에서 25세 여성독자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30%이거든요. 만약 폭력물, 섹스물이 많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죠.
◇얼마나 더 클 수 있을까?
-시장규모는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권 CTO : 만화시장은 7000억원 정도인데 웹툰시장은 계산하기가 어려워요. 심지어 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3 만화산업백서에도 추정하기 어렵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다만 네이버 웹툰 월 방문자수가 1700만명 정도 된다는 것을 보면 레진코믹스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죠.
▲이 이사 : 여기에 추가로 향후 레진코믹스의 방향이 트랜스 미디어로서 파급효과까지 고려하면 더욱 가능성이 크죠.
-트랜스 미디어에 대한 계획이 궁금합니다.
◇ CJ E&M과의 업무협약식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
▲김 PD : 개념에 대한 부분은 앞서 이야기했는데요. 게임이나 영화의 경우 기획개발 단계 비용이 매우 높아요. 만약 프로젝트가 엎어치기라도 한다면 다 부채로 남고요. 하지만 만화 자체가 충분히 기획개발 요소가 있고, 여러 부가사업으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마블코믹스의 ‘어벤저스’죠. 만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양식의 콘텐츠가 나왔으니까요. 이를 위해 CJ와 제휴를 맺고 엔씨소프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와는 어떤 협업을 진행할 계획인가요?
▲김 PD : 게임과 만화는 이용자층이 비슷해요. 만화를 게임으로 제작하는 것, 게임을 만화로 제작하는 것 모두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열혈강호’죠.
▲한 대표 : 엔씨소프트는 국내 최대 게임사에요. 이들과 협업하는 데 레진코믹스 작가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현재 긴밀하게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콘텐츠 큐레이터로서 활동하는 데 기쁨을 느끼나요? 사업가로서 활동하는 데 기쁨을 느끼나요?
▲한 대표 : 둘 다 엮여있어요. 재미있는 작품 소개하면 돈을 벌고, 돈을 벌면 더 재미있는 작품을 소개할 수 있죠.
-엔씨소프트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는데요. 활용계획이 궁금합니다.
▲권 CTO : 콘텐츠 수급, 사이트 개편, 트랜스 미디어, 해외진출 등을 추진하려고 해요. 사실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아니고요. 기존에도 작업을 했었는데 시간이 더뎠죠. 이제 빠르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 엔씨소프트는 자사IP를 만화화하는 등 트랜스 미디어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일본시장 진출이유는요?
▲이 PD : 시장을 확대하기 위함이죠.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고요. 작가들의 좋은 콘텐츠를 일본시장에 공급하는 것이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죠.
-일본시장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있나요?
▲이 PD : ‘고바우’, ‘데카메론’, ‘임꺽정’, ‘비천무’ 등 많은 작품이 소개됐는데요. 작품선정과 시장타겟이 맞지 않아 상업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진 못했어요. 하지만 ‘신암행어사’가 애니메이션을 제작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고요. 점점 좋은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여쭤볼게요. 일본에 지사를 세우나요?
▲한 대표 : 그것은 아닙니다.
-어플이나 사이트부터 내놓는 것인가요?
▲한 대표 : 그렇습니다.
-올해 출시 가능한가요?
▲한 대표 : 그렇습니다.
◇"회사 롤모델? 넷플릭스+마블+스팀=레진"
-회사 롤모델 혹은 비전이 궁금합니다.
◇ 마블코믹스의 캡틴아메리카 (사진=마블코믹스)
▲권 CTO :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회사 ‘마블’, 게임 유통채널 ‘스팀’을 합친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가진 클라우드 기술, 마블의 트랜스 미디어 전략, 스팀의 유료화 정책 등을 구현하고 싶어요.
▲한 대표 : 영속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기술회사’가 목표죠.
-올해 목표가 있다면요?
▲한 대표 : 매출을 더 확대해서 자립적인 모델로 자리를 잡는 것과 이용자층을 넓히는 것입니다. 또 앞서 언급한 계획들을 이루고자 하고요.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전문가들은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어떻게 평가할까?
스타트업리포트 자문단은 레진엔터테인먼트가 빠른 시간 안에 이룬 사업적 성취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그간 공짜로 제공됐던 웹툰의 부분유료화를 시도하고 초반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회사”라며 “국내에서 콘텐츠 유료화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생각해보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도 “경험과 능력이 뛰어난 팀으로 구성된 기업으로서 모바일 기반의 콘텐츠사업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나타난 스타트업 중에 가장 큰 주목을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다만 자문단 모두 거래액 대비 20% 가량을 순매출로 인식한다고 가정했을 때 큰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규모 확장 또한 보장할 수 없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앞으로 과제에 대해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는 “트랜스 미디어는 독자와 미디어의 중간에서 지속적이며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어떻게 맡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글로벌사업의 경우 해외에서 통용되는 만화 콘텐츠 발굴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대표의 작가 선정능력 및 그들과의 유대관계가 타 국가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글로벌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인력의 확보가 이뤄지고 기존 팀과 잘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여부에 성장 가능성이 달렸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박 대표는 “해외 진출에 대한 좀 더 가시적이고 명확한 계획과 함께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 그리고 회사가 주장하는 트랜스미디어의 샘플 사례를 빠르게 하나 만들어내는 작업 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주요 약력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인터넷그룹장(1994-1999)
-오피니티 에이피 대표이사(2005년~2008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2009년~2011년)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2011년~)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주요 약력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사(200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겸 모바일 그룹장(2011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겸직교수(2011년~)
-SK플래닛 커머스 사업개발실 실장(2013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주요 약력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2009년)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 심사역(2011년)
-KBS 황금의펜타곤 심사위원(2013년)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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