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탄에 철강 회복세 '위기'
2014-05-08 17:16:59 2014-05-08 17:21:1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들어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2분기 회복세를 기대했던 철강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원재료 수입 측면에서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수입 철강재의 가격 하락으로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의 수입재 선호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해외시장에서도 일본 등 경쟁국가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게 된다.
 
내수시장에서는 중국산에 밀리고, 해외시장에서는 일본산에 치여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22.6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1020원대에 머물렀다. 환율이 102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08년 8월7일(1016.5원)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이에 연내 환율이 1000원선을 위협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철강 산업은 석탄, 철광석, 철 스크랩 등 주요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을 거쳐 완제품을 수출하는 산업구조로 이뤄져 있어 환율 하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기존 원재료를 더욱 싼 가격에 들여올 수 있어 원재료 비중을 낮출 수 있지만 전체 판매에 있어서는 내수와 수출 모두 타격을 받게 된다.
 
내수 시장에서는 저가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산 철강재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내수 시장은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가격인하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여기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입재와의 상대적인 가격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어 수입재 대응에 국내 철강업계가 애를 먹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철강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었다. 이중 중국산과 일본산 비중이 각각 58%, 33%로, 중국산의 수입 비중은 지난해보다 더 확대됐다.
 
특히 대형 구조물의 골조나 토목 공사 등 건설업에 주로 사용되는 H형강의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까지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5일 김영환 현대제철 영업본부장은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1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비정상적인 중국산 철강제품의 대응하기 위해서 업계와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중국은 물론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높이진 일본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최근 1년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6% 상승한 반면 엔화 가치는 3% 가량 하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산과의 경쟁은 최근 철강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동남아는 철강수요가 연간 9%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철강 수출에 중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일본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국내 철강 수출량은 전년 대비 4% 넘게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전년 대비 11.7%, 일본은 2.3% 증가했다. 한중일 3국 중 한국만 철강 수출량이 감소한 것이다.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철강 수출량이 4.4% 늘었지만, 같은 기간 수입량이 더 많아 전체 철강제품 순수출은 14.4%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재료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원화 강세로 원재료 가격 비중이 낮아져 아직까지는 피해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면서도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피해가 커질 것을 대비해 환율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미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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