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中 4월 물가, 1년반來 최저..추가 부양 여부에 '촉각'
CPI 1.8% 상승·PPI 2.0% 하락..모두 예상 밑돌아
"디플레 우려에 부양책 써야"vs"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
2014-05-09 15:27:03 2014-05-09 16:48:45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년 반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4개월 연속 둔화세를 끊고 반등했던 지난 3월의 수치에서 한 달만에 다시 꺾인 것이다. 물가가 1%대로 내려온 것도 1년 반만에 처음이다.
 
생산자물가는 마이너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락폭은 줄었지만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저물가가 계속되자 시장에서는 추가 부양책 시행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운용 여지가 넓어졌다는데에는 동의했지만 실제 부양책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나타냈다.
 
◇4월 물가상승률 1.8%..채소·돼지고기 가격 급락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상승했다고 밝혔다.
 
사전 전망치 2.0% 상승과 직전월의 2.4%를 모두 하회하는 것으로 지난 2012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중국의 소비자 물가는 작년 9월 이후 석 달동안 3%대의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보인 이후 2월에는 2%까지 둔화됐다. 지난 3월 2.4%로 반등하는 듯 했지만 물가는 한 달만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물가 상승률 둔화의 주범은 식품 가격의 하락이다. 이 기간 채소 가격은 7.9%, 돼지고기 가격은 7.2%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도시 지역의 소비자물가는 1.9%, 농촌 지역은 1.6%의 상승세를 보였다.
 
국가통계국은 "향후 몇 개월간 물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달의 물가 수준을 평가했다.
 
◇중국 물가상승률 변동 추이(자료=중국 국가통계국, 뉴스토마토)
 
함께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대비 2.0% 하락했다. 전달의 2.3% 하락보다는 나아졌지만 사전 전망치 1.8% 하락보다는 부진했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는 지난 2012년 3월 이후 2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1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1997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디플레 리스크 '고개'..물가 전망치 하향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된 것은 전일 수출입 지표가 반등하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상쇄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물가는 사회 전반의 수요가 여전히 많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경제 성장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도 "중국의 물가 지표는 중국 내부 수요가 아직 위축돼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중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지난달 블룸버그가 51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올해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2.6%에 머물 것으로 답했다. 지난 3월 조사의 2.8%에서 0.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목표치는 3.5%다.
 
소비자 물가의 선행 지표 격인 생산자 물가가 하락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큰 문제로 지목됐다.
 
중국신문망은 "단기적으로 생산자 물가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국내 자금 공급이 빠르지 않고 국제 상품 가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WJS도 "철강, 시멘트, 태양광 등 일부 산업에서 가격 하락은 큰 이슈"라며 "생산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민은행 역시 "생산자 물가가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과잉 생산 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정책 운용 여지 넓어져..추가 부양책은 '설왕설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운용 여지가 넓어졌다는 데에는 입을 모았다. 그러나 추가 부양책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부양책을 기대하는 쪽에서는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부양책을 통해 경제 성장 속도는 물론 물가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리강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진만큼 인민은행이 추가 통화 완화에 나설 여지도 더 넓어졌다"며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것은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크게 낮춰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정웨이 흥업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둔화되는 점은 통화정책 사용에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며 "춘절 이후 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부양책으로 이어지기에 시기상조라 주장하는 이들은 향후 몇 개월간의 물가 동향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 시점에서 물가는 중국 정부가 관심을 기울일 주요 현안이 아니며 통화정책도 큰 조정을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탕젠웨이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 선임애널리스트는 "5월 이후 물가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며 "수요 부진이 점차 개선되고 있고 기저 효과도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왕젠휘 수창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도 "현재 CPI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디플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경제 역시 침체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집행 보고서의 내용도 기존 통화정책 유지에 힘을 실어준다. 보고서에서는 "물가는 기본적으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 중"이라며 "국내외 수요와 통화정책 등도 물가 안정에 유리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미세 조정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쟝차오 하이퉁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난 4월 말 농촌 지역으로 한정됐던 부분적 지준율 인하의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안정적 성장을, 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