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금융시스템이 안정된다면 경기침체가 올해 안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추후 금융부문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 외교협회(CFR)에서 연설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기회복 상태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도 "올 하반기 경제회복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FRB와 정부의 정책으로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된다면 올 하반기에 침체가 끝나고 2010년은 성장의 시기가 될 만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세계 각국 정부가 금융시장의 기능을 되살리고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강력한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버냉키 의장은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형 금융회사들이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경제안정을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규모가 너무 커서 망하게 놔둘 수 없는 이들 금융회사들의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버냉키 의장은 "금융회사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파산이 곤란한 상태가 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시장의 규율을 훼손하고 과도한 모험투자를 조장하게 되며 결국 정부가 구제에 나서게 돼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며 초대형 은행의 부작용을 언급, 주목을 끌었다. 지난 8일 실라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메가은행'의 탄생이 앞으로는 허용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의회에 대안 모색을 촉구한 바 있다.
이 밖에 버냉키 의장은 "1930년대말~1931년초의 금융기관 붕괴가 대공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며 현재의 취약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형 금융기관을 망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어 현재의 파산법 체제 하에서는 주요 비(非)은행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국민의 이익을 보호할 장치가 충분치 않다며 금융감독 당국이 이런 비은행 금융회사의 부실에 대응한 새로운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등 지금까지 미국민의 혈세 1800억달러가 투입된 AIG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한편 이날 버냉키 의장은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FRB의 입장임을 밝히기도 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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