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건강 악화 이전에 이미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계획안에 대해 최종 결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큰 그림'은 그려져 있고, 세부적 프로세스만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12일 "삼성그룹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항상 백업 플랜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 진행해왔던 사업 조정 및 지분 정리 역시 이미 중장기적인 계획에 대해 회장 결재가 끝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이 입원 중이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해외 출장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미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각 사업부문장들 간의 의사결정 체계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서울병원에 이틀째 입원 중으로, 급박했던 11일 새벽에 비해 안정을 되찾았지만 퇴원 이후 직접적인 경영 참여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적질 않다. 삼성의 정점에 위치, 독보적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그룹을 이끌어 온 그의 부재가 위험요인임은 분명하지만 현 체제로 경영을 이끌어 가기에도 무리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삼성은 국내 재벌그룹 중에서도 총수와 전문경영인 간의 관계 정립이 안정화돼 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타 그룹들과 달리 서로 간의 협업 체제, 이른바 '시스템 경영'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이 회장이 그동안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데다 개인건강 때문에 입원한 것이기 때문에 경영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일단 삼성그룹 측은 공식적인 확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이 회장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게 되거나 부재한 상황을 대비한 시나리오가 튼튼하게 준비돼 있다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지난 1~2년간 각국의 정치, 경제 대표자들과 만나며 사실상 삼성을 대표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한편 이 회장의 입원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외신 역시 그의 공백이 과거 스티브 잡스의 부재로 한때 '나락의 길'을 걸었던 애플과는 사례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은 매우 복잡한 회사"라며 "애플처럼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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