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사업에 주력하면서 수주실적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정작 미래 사업을 주도해야 할 20~30대 청년 건설인력들의 해외 기피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정부도 해외 건설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지만 젊은 일꾼들의 외면으로 업계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해외건설 시장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수주 목표액을 700억달러로 설정했다.
올해 1분기 현재 해외수주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한 176억달러를 기록하며 목표치까지 순항하고 있다.
여기에 국토부는 중소·중견 건설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우수 해외건설업자를 지정해 시장개척 지원사업, 현장훈련(OJT) 등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건설업체들도 침체된 국내 건설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시장 진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삼성물산(000830)의 경우 지난 2011년 국내 수주규모는 약 7조원이었던데 반해 해외수주는 약 5조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에는 국내 수주규모는 약 5조원이었지만 해외수주 규모는 약 14조원으로 역전됐다.
현대건설(000720)도 지난해 국내 수주규모는 약 4조원으로 전년대비 줄었지만, 해외수주 규모는 지난해 약 17조원으로 전년대비 2조원 가량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해외수주 규모가 늘어난 만큼 글로벌 인력 양성의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건설시장에서 EPC(해외건설·플랜트설계·시공·구매), 일괄공사 등의 투자개발형 사업형태가 늘어나고 있다"며 "발주 규모가 늘어나고 있으며 개발형태도 다양해 지면서 글로벌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체들은 청년 해외 전문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건설인력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해외현장에 투입될 만한 인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현재 20~30대 인력들이 경험을 쌓아 앞으로 현장에 투입돼야 하지만 이런 기피현상이 계속된다면 해외 경험을 보유한 전문인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 비중은 늘고 있지만 현지에 파견될 젊은 전문인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수주능력이나 시공능력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인데 반해 여전히 인력관리 능력은 과거 수준 그대로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해외현장을 꺼려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들은 열악한 해외현장을 포함해 업무의 자율성, 퇴근후 개인시간, 결혼 등 현실적인 문제 등을 기피 이유로 꼽고 있다.
해외플랜트 설계 분야에 있는 이모씨(28·남)는 "한번 해외로 나가면 나가기 싫어도 계속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처음부터 안 가려고 한다"며 "경력과 돈은 축적할 수 있겠지만 결혼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고 말했다.
같은 업계 박모씨(33·남)는 "현장이 도시와 가까우면 인근 호텔에서 생활이 가능하지만 오지는 숙소도 스스로 지어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며 "특히 중동쪽은 더운 날씨, 치안 등 근무환경이 좋지 않다"고 해외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보통 3~4개월 해외 현장에 있다가 보름정도 쉬고 다시 나가는 스케쥴인데 쉬는 기간에도 사실상 근무한다"며 "과거보다 적은 포상도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70~80년대 해외건설현장에 진출했던 기성 세대들은 건설 업체들이 사고방식이 달라진 젊은이들에 맞는 정책을 반영하지 못해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5년간 사우디 아라비아 현장에서 일했던 문모씨(67·남)는 "과거에는 어려웠던 시절의 절박함이 빚어낸 결과"라며 "이제는 시대가 변한만큼 건설업체들도 최근 젊은 세대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적극 반영해 이들을 독려할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를 독려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금공제 혜택 등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열악한 해외현장과 국내 복귀 후 불확실한 입지, 급여상의 메리트 하락, 개인적을 삶을 추구하는 등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해외현장을 기피하는 것"이라며 "해외 파견인력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건설 외 다른 분야 파견인력이나 정부의 세수문제로 인한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 있어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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