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73·전 세모그룹 회장)의 아들들과 핵심 측근들 소환에 실패한 검찰이 유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유 회장에게 세월호 참사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회장에게 오는 16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13일 밝혔다.
유 회장을 소환한 곳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인 만큼 이번 소환조사의 중점은 유 회장 일가의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 외국환관리법 등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팀·합수부 병행조사 유력
그러나 유 회장이 이번 사건의 정점에 서 있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회장으로 밝혀진 만큼 합수부 검사들이 유 회장과 세월호의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인천지검에서 병행수사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합수부 관계자와 고위 검찰 관계자는 유 회장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특별수사팀과 합수부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합수부 수사를 통해 청해진해운의 회장임이 확인되면서 유 회장이 세월호 사건의 형사책임을 부담할 형식적인 요건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운항하거나 관리하지 않았더라도 세월호를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관리해 승객을 안전하게 운송할 책임이 최고 경영자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 1995년 6월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대법원은 당시 이준 대표이사 겸 회장에게 이같은 책임을 물어 징역 7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상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삼풍백화점의 유지·관리상의 과실과 붕괴 당일 인원 대피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왼쪽)과 침몰하는 세월호
◇대법원 '삼풍백화점 사고'시 불법증개축 책임 물어
대법원은 그 구체적인 근거로 "피고인은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서 삼풍백화점 건물의 신축공사 및 유지관리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자"라고 전제한 뒤 삼풍백화점 건물의 불법적인 증개축이 붕괴의 원인이 된 만큼 이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의 불법증개축, 과적 등의 문제와 유사한 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당초 쇼핑센터 용도로 건축계획을 수립해 설계를 의뢰해놓고 백화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면적을 임의로 증가시켜 새로운 시공용 설계도를 작성하도록 하면서 20여회에 걸쳐 수시로 구조계산을 추가해 건축계획을 무계획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골조시공 중에도 수시로 용도변경 등을 요구해 시공자로 하여금 종합적인 시공계획을 수립하여 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과 동시에 그로 인한 전반적인 부실시공을 초래했다"며 이 회장에게 백화점 건물붕괴와 사상자 발생에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어 "백화점 건물에 대한 일상적인 점검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고, 붕괴 당일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보강공사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백화점 붕괴에 대해 피고인의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유 회장, 세월호 운항·관리 직접 개입여부 핵심
유 회장에게 이 회장과 같은 책임이 있는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유 회장이 세월호 운항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세월호의 매입과 운항·관리, 증개축, 매각 등에 관한 사항을 지시 또는 보고했었는지가 주요 지표다.
유 회장은 청해진해운의 법인등기부 상 회장이 아니다. 그러나 1999년 설립된 청해진해운의 1호 사원으로 'A99001'이라는 사번을 가지고 있으며, 고정급여를 매월 1000만원씩 15년간 받아 18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세월호 매입이나 매각에 관여했다는 확정적 증거를 아직 검찰이 쫓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유 회장이 ‘세월호’라는 선명을 부여했고 운항과 관련된 중요사항을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합수부는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와 임직원들이 세월호 복원성과 관련해 논의한 자료를 확보했으며, 당시 참석했던 한 간부는 “최고경영자에게 죄송하다”고 언급한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부는 또 청해진해운 측이 지난 2013년 3월 선박매매 인터넷 사이트인 SHIP.GR에 세월호와 오하나마나호 두척을 매물로 등록한 사실도 밝혀냈다. 당시 매각대금은 세월호는 미화 1600만 달러(우리 돈 160억여원), 오하나마나호는 750만 달러(우리 돈 80억여원)로 거액의 회사 자산을 처분하는 것과 관련해 유 회장이 결정권을 행사했을 것으로 합수부는 보고 있다.
삼풍백화점의 이 회장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유죄를 선고받은 데에는 백화점 붕괴 당시 고객과 직원을 신속하게 대피시키지 않은 점도 중요한 지표로 작용했다.
합수부 수사상황을 종합해보면 유 회장 역시 이같은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고 당시 세월호 항해사들은 상황을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전화로 보고했으며, 청해진해운 측에서도 선장과 항해사들에게 수시로 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침몰 당시 김한식 대표 보고 가능성
합수부는 이 과정에서 세월호의 침몰사실이 김 대표를 통해 유 회장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보고 김 대표와 유 회장간의 통화기록과 내역, 구체적인 내용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세월호 복원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방치함으로써 침몰사고의 요인을 제공하고, 241회 운항하는 동안 139회의 불법과적을 통해 29억6000만원의 불법수익을 얻어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됐다.
합수부가 이같은 정황을 잡고 유 회장의 세월호 운항개입에 대한 증거를 쫓고 있지만 키는 유 회장에게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 회장이 검찰 소환에 순순히 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유 회장의 장남 대균씨(44)와 혁기씨(42), 핵심측근인 장녀 섬나(48)씨, 측근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 등이 모두 잠적하거나 소환에 불응해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다.
검찰이 소환통보를 한 것을 보면 당장은 유 회장의 소재가 파악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자신이 이끌고 있는 기독복음침례회원들이 '종교탄압'이라며 시위에 나서는 반발이 만만치 않아 소환에 불응할 경우 유 회장의 신병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유 회장 일가와 검찰간의 통로가 되었던 변호사들도 모두 사임한 상태로 연락이 두절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앞서 특별수사팀은 전날 오후 3시 주임검사인 정순신 부장검사 등 2명을 기독복음침례회 본원인 '금수원'에 보내 유 전 회장과 소환시기 등을 의논하려 했으나 금수원 관계자들이 출입을 막아 15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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