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주는 교훈 '노력은 재능을 넘는다'
2014-05-14 13:11:41 2014-05-14 13:15:59
[수원=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14일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은 2000년대 한국 축구의 얼굴이었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자유롭게 누비면서 많은 축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밤늦게 '박지성 선발 출전'이란 소식이 전해지기라도 하면 축구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TV 앞에 모였다.
 
박지성은 투박했지만 세밀했다. 어느 하나 장점이 없는 것 같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단점도 없었다.
 
하지만 그를 대변하는 한 가지는 확실했다. '엄청난 활동량'이 박지성을 설명하는 첫 번째 단어가 됐다.
 
◇축구대표팀 시절의 박지성. (사진캡쳐=대한축구협회)

그를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에 뽑히게 한 원동력도 강철 체력이었다.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번과 EPL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모두 박지성의 성실함이 성공의 배경이었다.
 
한 축구계 고위관계자는 "그와 동년배였던 모 선수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반대로 박지성은 다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이 박지성을 지금의 자리까지 올려놨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은 세류초 6학년 시절 차범근 축구 대상을 차지했다. 전국대회 준우승을 거둬 유망주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후 그의 발자취는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안용중을 거쳐 수원공고를 졸업한 박지성은 명지대에 입학하기 전까지 주축 선수로 불리기엔 부족했다. 왜소한 체격과 눈에 띄지 않는 플레이는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아버지 박성종 씨가 박지성에게 개구리 즙이나 각종 보약을 먹여 1년 사이에 10cm 이상 키를 키운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박지성이 아버지에게 "프로 못 가면 통닭집 하며 살게요"라고 웃으며 말했다는 얘기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프로 선수가 되는 그 순간까지도 박지성의 축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박지성이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은 명지대 시절 허정무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인연 덕분이다. 허 감독은 박지성의 성실함과 헌신적인 플레이를 눈여겨본 끝에 그를 발탁했다. 박지성은 2001년 1월 처음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박지성은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현 교토상가)에 입단해 탁월한 체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는 박지성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번째 은사인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나 월드컵 영웅으로 발돋움했다.

박지성은 조별리그 최종전인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가슴 트래핑에 이은 절묘한 왼발슛으로 골을 터뜨려 한국의 사상 첫 16강행을 결정지었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에 기여한 박지성은 곧장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로 건너갔다.

그는 PSV에인트호번 시절 초반에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2004~2005시즌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이끌었다. PSV 팬들은 '위송빠레'라는 박지성의 응원가를 만들어 내며 그를 연호했다.
 
2005년부터 2012년 7월까지 박지성은 EPL 맨유에서 뛰었다. 당시 맨유를 지휘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성실한 자세와 프로 정신을 높게 샀다. 소속팀 젊은 선수들에게 박지성을 닮으라는 말을 이따금 했다.
 
박지성이 국가대표 경기에 나설 때면 한국 선수 소속팀 옆에 '맨유'라는 단어가 붙는 것만 봐도 가슴 설렌다는 축구팬들이 많았다. 박지성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상징으로 맨유에서 7시즌(205경기 27득점)을 보냈다.
 
이 밖에도 2006년 독일월드컵 프랑스전 동점 골, 2010년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 쐐기골, 2010년 5월 한일전에서 골을 넣은 뒤 일본 관중들을 쳐다보며 산책하듯 그라운드를 달린 '산책 세리머니' 등 굵직한 명장면에 박지성은 빠지지 않았다.
 
◇14일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열린 거취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News1

박지성은 정상에 있을 때 과감하게 물러났다.
 
그는 2011년 1월 개인 통산 100번째 A매치를 마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2002, 2006, 2010 월드컵 연속 3회 출전을 스스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컸던 한국 축구는 그를 놓지 못했다.
 
지난해 말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박지성 복귀'를 언급하며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공식적으로 그의 대표팀 은퇴 경기를 열지 않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박지성의 의지는 확고했다.
 
지난 시즌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에인트호번으로 복귀한 박지성은 "운이 좋았다"고 선수생활을 정의했다.
 
그는 에인트호번 유니폼을 입고 오는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삼성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이틀 뒤 24일에는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FC와 경기에 나서 45분 이상 뛸 계획이다.
 
7월 중순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내 자선경기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가 선수 박지성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14일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열린 '박지성 기자회견'에 전시된 그의 선수시절 소속팀 유니폼. ⓒ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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