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청년창업)수제파이로 월매출 1억 올리는 공학도
⑪황규철 케빈즈파이 대표..창업 8년차
연구원에서 CEO로..끊임없는 메뉴개발로 틈새 공략
"창업은 파도타기..비즈니스 흐름 읽고 잘 올라타야"
2014-05-16 11:28:47 2014-05-16 11:32:55
[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수제파이. 정통 아메리칸식 디저트라는 소개가 따라붙는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의 이 음식은 몇년새 '나 맛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급격히 퍼져나갔다.
 
오프라인 중심의 L사와 온라인 판매 중심의 호두파이 전문점 S사 등으로 양강구도를 이뤘던 수제파이 시장은 프랜차이즈로 영역을 확장하는 J사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쓰며 치고 올라오는 K사 등으로 확대됐다.
 
황규철 케빈즈파이 대표(사진, 49세)는 "창업에 있어 시장선점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후에도 부지런히 공부하고 개발하지 않으면 금새 후발업체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며 "부지런히 공부하고 과한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규철 케빈즈파이 대표가 카페 페빈즈파이 매장에서 파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지명 기자)
 
◇끊임없는 메뉴개발
 
올해로 창업 8년차를 맞이한 케빈즈파이는 어느덧 번듯한 2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업체로 성장했다. 온라인 중심의 판매채널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했고, 파이에서 브라우니와 스콘 등으로 메뉴를 확대했다. 직원을 최대 10명까지 두며, 월 매출은 평균 6000만~7000만원으로 최대 1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케빈즈파이는 기존에 있던 수제파이 두 업체의 장점만을 따다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기존 수제파이 업체들보다 메뉴를 다양화했고, 온라인 판매는 주로 선물용으로 활용된다는 점 때문에 포장에 신경을 썼다. 마침 수제파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던 차였고,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창업은 파도타기와 같습니다. 제 때에 올라타지 않으면 제대로 일어설 수가 없지요. 트렌드를 읽고 잘 올라타야 합니다. 올라타서도 적당한 힘을 유지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파도를 타기 어렵습니다."
 
그는 창업자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사가 조금 된다 싶으면 금새 후발주자들이 쫓아오기 때문이다. 
 
수제파이도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후발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바짝 긴장하며 새로운 메뉴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케빈즈파이가 판매 중인 파이 종류만해도 25종. 최근에 파이 외에 공을 들이고 있는 메뉴는 비스코티다. 이탈리아식 쿠키인 비스코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쿠키보다는 바삭하고 맛도 담백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한 욕심도 금물이다. 케빈즈파이가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게를 내고 싶다며 케빈즈파이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는 거절했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맛과 질에 대한 담보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공학도에서 빵집 CEO로 변신
 
황 대표는 전자공학과 출신의 공학도다. LG전자에서 백색가전에 필요한 부품을 연구하던 연구원 출신이다.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했을 때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며 목에 힘을 잔뜩 주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철수하며 하루아침에 짤리게 되면서 그의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여덟. 한창 일할 나이에 그렇게 2년을 놀게 됐다. 어디라도 금새 취직할 수 있을 것 같던 자신감은 백수기간이 길어지며 바닥까지 추락했고, 수중에 돈도 다 떨어져 갔다.
 
매일같이 서점을 다니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추스리던 차에 <빵굽는 CEO>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한 번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에 그 길로 제빵학원을 등록했다. 6개월간의 수업으로 제빵의 기초를 닦고, 동네 빵집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거대한 양대산맥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빵을 취급하는 일반 빵집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대기업 연구원시절 외국출장 중 맛보았던 미국식 디저트인 파이에 주목했다. 미국으로부터 정통 레시피를 입수하고 유튜브 등을 보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우리 입맛에 맞춘 파이를 개발할 수 있었다.
 
맛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창업에 속도를 냈다. 처음부터 번듯한 매장에 욕심내지 않고 온라인부터 시작했다. 마지막 쌈짓돈 500만원을 털어 지하사무실을 얻어 중고장비 등을 갖춰 나갔다. 
 
결론적으로 제빵은 그의 적성에 맞았고, 파이만을 공략한 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이 성공이 있기까지 흘린 땀과 눈물을 생각하며 지금도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방송에 나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눈물을 쏟기도 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눈물이 핑 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인생 조감도를 그려볼 것을 추천했다. 
 
"백수시절 너무 힘들었지만 인생 전체로 놓고 보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입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충분한 준비기간과 검증기간을 거쳐야 운도 따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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