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병세가 당초 재계의 우려와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의식 회복 여부나 뇌 손상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지만 일단 중요한 고비는 넘겼다는 얘기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8일째 접어든 18일. 삼성서울병원은 공식 발표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상태가 안정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며 "조만간 일반병실로 옮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때 이 회장의 위중도가 심각함을 넘어 사망설 등 각종 미확인 정보가 시장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삼성과 병원 측이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재차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항간에 떠도는 소문들은 잠시 수그러들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News1)
올해 이건희 회장의 건강 이상에 대한 징후가 포착된 건 귀국 직후였다. 지난해 폐렴 증상 이후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던 이 회장이 지난달 17일 귀국할 당시 왼쪽 이마에 5cm 크기의 반창고와 내부에 핏자국이 포착되면서 의문을 키웠다.
이 회장은 보란 듯 귀국한 이후 출근경영을 재개하며 건재한 모습을 과시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42층 집무실에서 주요 사업부 수장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기도 했다.
이달 8일에는 삼성그룹 경영승계와 관련한 최대 이슈로 꼽혔던 삼성SDS 상장이 결정됐다. 당초 "고려하고 있지 않다"던 전동수 대표의 발언을 두 달 만에 번복한 것. 이때부터 이건희 회장이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제국'을 물려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 시장 안팎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0일, 이 회장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자택에서 쓰러졌다. 이상징후가 포착된 시간은 10시20분경으로 추정되며, 순천향대학병원에 도착한 시점은 10시50분께다. 도착 당시 이 회장은 이미 거의 호흡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병원 의료진은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당시 심 정지 시간이 어느 정도나 지속됐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회장의 병력과 고령 등을 감안하면 익히 알려진 골든타임 4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후 이 회장은 곧바로 전문 의료진이 있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다. 11일 새벽 2시경 삼성서울병원에서 관상동맥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 시술을 진행했고, 직후인 3~4시경에는 저체온치료에 돌입했다. 정황으로 미뤄볼 때 당시 이 회장은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 장치)를 착용 중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날인 12일 오전8시30분경 삼성서울병원은 "에크모를 제거했고 자가 호흡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저체온치료가 진행 중인 가운데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 다음날인 13일 오후 2시경 60여 시간에 걸쳐 진행된 저체온치료가 종료됐다. 이후 이 회장은 안정제, 수액 등을 맞으며 '깊은 수면상태'에 돌입했다. 이른바 진정치료다.
16일에는 이 회장의 사망설이 일명 찌라시로 불리는 증권가 정보지를 타고 시장에 급속도로 확인됐으며, 한 매체는 이 회장이 사망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해 논란을 더 키웠다. 삼성과 삼성서울병원은 즉각 반박하며 시장의 우려를 더는 데 주력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의 한 전문의는 "호흡과 혈압 상태가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신중을 기하려는 입장에서는 진정치료가 다소 길어질 수 있다"며 "아직은 충분히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안정제를 지속 투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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