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5의 배신
2014-05-27 08:00:00 2014-05-27 08:43:41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던 삼성전자가 '갤럭시S5'에 갇혔다. 기대치만큼 시장이 반응하지 않으면서 이미 내부는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제품 출시 전부터 갤럭시S5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 삼성전자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푸념까지 내놓고 있다. 아직 제품이 출시된 지 두 달이 채 안됐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 속에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이 만연하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출시 직후 시장 반응이 전체 성적을 결정 짓는 특성 상 실패에 대한 우려조차 커졌다.
 
◇갤럭시S5 최다국 동시판매.."흥행, 초기 석달 판가름"
 
갤럭시S5가 출시 25일만에 글로벌 판매 1000만대를 달성했다. 전작 갤럭시S4의 27일 기록을 이틀 단축했다. 하지만 갤럭시S5가 삼성전자(005930) 휴대폰 사상 단일 모델로는 최다 국가에서 동시 출격된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기록은 아니라는 평가다.
 
갤럭시S5는 미국·영국·중국·러시아·아랍에미리트·남아공·페루 등 6개 대륙 총 125개 국에서 일제히 출시됐다. 앞서 출시된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S4'는 각각 58개국, 60개국에서 선을 뵀다. 두 배 이상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1일 전세계 6개 대륙 총 125개 국에서 일제히 출시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달까지 갤럭시S5를 150개국 350여개 사업자를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1100만대까지 판매량을 늘렸다. 신종균 삼성전자 IM(무선사업부) 부문 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갤럭시S5가 지난달 11일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1100만대 이상 팔렸다"며 "전작 갤럭시S4의 판매 실적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실제 소비자들에게 판매된 수치가 아닌 유통채널(이통사)로 넘어간 물량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판매 실적을 가늠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현재 유통채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 라인업인 갤럭시S 시리즈는 출시 직후 1000만대는 기본적으로 담보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1100만대라는 숫자는 제조사가 제품을 만들어서 유통 쪽에 넘긴 것이지, 실제 소비자들이 구매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흥행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며 "현재 상당수 물량이 유통 재고로 남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첫 달에 공격적으로 출하한 후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으면 공급량이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며 "두 세 달 정도 후의 공급량을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갤럭시S5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후 하드웨어 스펙에 혁신적이 기술이 없는, 일전에 나온 기술의 조합에 불과하다는 혹평과 함께 불필요한 기능은 없애고 기본에 충실했다는 상반된 평가도 잇달았다. 삼성전자는 "기본에 충실했다"는 자평을 내놨다.
 
전 세계 모바일 축제인 MWC에서는 모바일 전문 애널리스트와 기자들로 구성된 GSMA 어워드 선정위원회가 글로벌 주요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서비스사 등을 대상으로 매년 어워드를 선정한다. 삼성전자는 3년 만에 MWC에서 전략작을 들고 나왔음에도 무관의 굴욕을 맞봐야만 했다. 시장 지배력을 감안하면 수치다.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에서도 신종균 사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신 시장은 MWC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반응이 좋다"며 "다들 잘 될 거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일부 혹평에 대해서는 "원래 그러는 데도 있지 않는가"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스마트폰 흥행 갤럭시S5에 달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에 명운을 걸었다. 전작인 '갤럭시S4'가 흥행몰이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간의 고수익을 담보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마저 얼어붙었다. 기술 장벽이 사라지면서 흔히 말하는 스펙도 상향 평준화됐다.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제조사들과는 대륙을 놓고 한판 사투를 벌여야 하는 경쟁관계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제품이 출시되기 전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갤럭시S4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조건 성공해야 하고,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말에서 삼성전자의 절박함이 묻어났다.
 
◇신종균 사장이 MWC 2014에서 갤럭시S5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갤럭시S5 출시 직후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던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비상이라는 전언이다. 흉흉한 분위기마저 돈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요즘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장난 아니다"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갤럭시S5가 망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일선 팀은 1급 비상이다.
 
지난 1일에는 인사 이동도 있었다. 장동훈 부사장이 무선사업부 디자인 팀장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이민혁 상무가 선임됐다. 앞서 외신들은 갤럭시S5 디자인에 대해 '반창고를 연상시킨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찍어낸 싸구려 디자인'이라는 등 조롱에 가까운 혹평을 내놨다. 
 
설문조사 결과도 좋지 않다. 휴대폰전문 리서치회사 마케팅인사이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스마트폰을 구입한 소비자 9397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갤럭시S5는 제품 만족도 6위에 머물렀다. 갤럭시S5는 전반적으로 산업평균보다 높았으나 모양·디자인 부문에서 평균을 하회했다.
 
장 부사장이 갤럭시S5 디자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났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IM부문의 인력 조정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IM이 흔들리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 협력사들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각 팀 에이스들을 뽑아서 IM에 배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부장급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얘기도 전해졌지만 삼성전자는 "일상적으로 있는 소규모 인력조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스마트폰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만연하다"며 "제조사들이 중저가 제품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결국 수익은 프리미엄 제품에서 나는 데다, 특히 플래그십 제품은 제조사들의 자존심이 걸린 부분이기 때문에 삼성도 갤럭시S5에 더 신경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초반 마케팅을 강하게 한 것에 비하면 과거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에서는 가격을 80만원대로 낮추며 갤럭시S5의 대중화를 꾀했지만 신작 경쟁이 상당하고, 해외의 경우 제품 자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다 보니 예상만큼 큰 반향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래저래 기로에 처한 갤럭시S5. 애플이 대대적 반격을 준비한 상황에서 대기수요를 상당 부분 잠식하지 못할 경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갤럭시 효과에 웃던 삼성전자가 갤럭시의 배신에 휘청일 수도 있다. 갤럭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삼성전자의 현주소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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