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원자력업계가 6·4 지방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과 삼척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당선자들이 노후원전 폐쇄와 신규원전 반대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공약을 구체화 하느냐에 따라 원전정책이 요동칠 전망. 업계는 공약 실현 여부와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새벽 무렵 개표가 마무리된 6·4 지방선거 결과 부산시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 대전시는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후보, 삼척시는 무소속 김양호 후보가 새 지자체장에 당선됐다. 이들은 7월1일부터 4년간 임기를 시작한다.
이들은 선거 때부터 반핵과 노후원전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며 원자력업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관심을 집중시켰다. 서병수 당선자는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전1호기의 조기 폐로(廢爐)와 방사능 비상계획구역의 예방적 보호조치 구역확대를 주장했다.
권선택 당선자 역시 노후원전 수명연장 반대 법안마련과 신규 원전증설 반대 등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김양호 후보는 주민투표와 국회 청원을 통해 삼척 대진 원전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지방선거에 반핵 돌풍을 주도했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007년 설계수명을 종료된 고리 1호기의 수명연장과 폐로 여부는 국내에서 가장 민감한 원전 이슈 중 하나. 삼척 역시 2012년 삼척시민들이 원전증설을 반대하며 당시 김대수 시장의 주민소환투표까지 추진했을 정도로 원전은 지역민의 사활이 걸렸다.
또 원전 1기를 새로 짓거나 허무는 데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단위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 경제와 관련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원자력업계는 아직 국내에서 지자체 차원의 원전폐쇄나 신규원전 백지화를 추진한 사례가 없어 지자체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정책은 정부가 장기적으로 계획하는 것이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원전을 짓고 말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더구나 지자체의 원전 백지화 공약과 주민투표 실시는 전례가 없어 사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수급 문제와 고용 창출, 지역경제 끼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정부와 지자체가 원전을 전면적으로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원전사고 등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지만 지자체가 원만히 잘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각 지자체는 당선자의 반핵·노후원전 폐쇄 공약을 구체화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공약 자체가 생경한 데다 원전이 지역경제 끼치는 영향 등을 따져야 해서다.
삼척시청 전략산업과 관계자는 "투표가 어제 끝나서 후보자의 공약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원전 등은 국가적 사업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산시청 측은 "고리 1호기 폐쇄를 공약한 서병수 후보자의 당선은 원전에 대한 지역의 민심"이라며 "민심을 구체화하는 것만큼 정책적 타당성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6·4 지방선거에서 삼척시장에 당선된 무소속 김양호 당선자의 삼척 원자력발전소 백지화 공약(자료=김양호 당선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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