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예상외의 선전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강력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패하지 않았다'는 지도부의 시각과는 달리 '사실상 패했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김광진 의원은 9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분들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결과라고 말씀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진 선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압승을 거둔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박원순 대 정몽준의 싸움'이었다며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싸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며 "4년 전을 보면 현역도 아니었던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우근민이 다 이겼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정당의 힘을 갖고 이겼다고 볼 수 있을 만한 분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형식적으로는 지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상 패배했다"고 했다. 그는 "승리한 지역도 당의 힘이라기보다는 박원순, 안희정 등과 같은 후보 개인의 역량과 선호도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앞서 5일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트위터에 당이 전략공천 지역인 광주에 당력을 집중해 경기·인천 등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다며 이것이 지방선거의 패배원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세월호 참사로 인명 피해가 엄청났던 경기도에서 졌다. 이러고도 무슨 할 말이 있냐"고 지도부를 힐난했다. 여기에 더해 다수의 의원들도 지도부의 전략 실수로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News1
그러나 지도부는 '패배'라는 지적과 '애초에 이길 수 있는 선거'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승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자성할 것이라면서도 선거결과는 '무승부'이고 '애초부터 불리했던 선거'라는 입장이다.
박광온 대변인은 선거 다음날인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선거 결과에 대해 "승리와 패배로 구분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당의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정권의 일방통행과 일방독주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와 함께, 야당에게는 더 분발하고 견제하라는 독려의 의미가 함께 들어 있다"고 선거 결과를 설명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6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질 수 없는 선거'였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그는 "과거 총선과 대선에 대해선 그런 지적이 맞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그렇게 평가해서 몰아치는 것은 야당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야당이 지방선거에서 전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당의 지지율만 잣대로 놓고 비교해봤을 때, 이번 선거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도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 대통령 집권 후 불과 1년여만 치러진 선거였다. 중간평가도 아니었고, 집권세력의 무덤인 선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광역단체장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것은 집권세력에 대해 국민이 경고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졌을 때,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와중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지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며 "대단들 하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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