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국내 대비 낮은 인건비와 세제 혜택 등을 이유로 휴대폰과 TV 등 첨단 전자제품 시설을 베트남, 중국, 베네수엘라 등지로 이전시키면서 국내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해외 생산거점에서 스마트폰, TV, 가전제품 생산량을 늘릴수록 삼성전자의 중계무역 수출액은 늘어나지만 결과적으로 내수 진작, 고용 창출 등 국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는 비중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사만 국내에 소재할 뿐 생산은 해외 거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중계무역 수출액 증가의 착시효과에서 탈피,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수출입은행이 발간한 '1분기 ICT 산업동향'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80%를 베트남 옌퐁 공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인건비를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월 90~120달러 선으로, 한국보다 현저히 낮다.
이 경우 국내 전자제품 수출의 최전선 기지나 다름없는 구미국가산업단지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미산단은 지난해 총 수출액 76억3100만달러, 올 들어 현재까지 누계 기준 89억58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수출단지 중 하나다.
지난 3월의 경우 총 30억달러 가량의 수출 실적이 발생한 가운데 이중 26억달러가 전기전자 품목이었다. 현지 관계자들은 전체 전기전자 품목 수출량의 50~60%가 삼성전자와 관계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게 되면 지역경제에 수조원대의 피해가 발생, 종국에는 파국에 이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휴대폰 비중은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생산한 휴대폰은 지난 2007년 840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3800만대로 절반 넘게(54.8%) 줄었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의 휴대폰 생산량은 올해 들어 월 220만~25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올해 삼성전자 구미공장의 연간 생산량 역시 3300만대로 지난해보다 13%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피처폰·스마트폰·태블릿PC 생산량 목표를 총 5억5000만대 수준으로 설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생산 비중은 불과 6~7%에 그칠 전망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부르기조차 난감한 실정.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될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구미 등지에서 이전된 것으로 수출입은행은 분석했다. 갈수록 해외 생산 비중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급증하고 있다. 중계무역 등의 해외 생산은 국내 생산에 비해 일자리, 투자 등 경기 활성화 효과가 극히 떨어진다.
이는 비단 휴대폰만의 문제는 아니다. TV를 비롯한 기술 집약 가전제품의 중계무역 또한 급증하고 있다. 반면 국내 가전제품 수출은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생활가전의 수출은 3.3%, 주방가전은 3.1% 수출이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각각 21.0%, 8.7% 상승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걸림돌은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면서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인식 또한 좋지 않아 기업 이미지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베트남 최저 임금은 지역에 따라 190~270만동(약 95~135달러)으로 결정됐다.
베트남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이 매년 10% 이상 오르고 있음에도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근로자들의 실제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트라 관계자는 "고성장에 따른 소비자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지속적인 임금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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