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지배하라..전자업계, 마케팅 '다변화'
2014-06-16 18:50:07 2014-06-16 18:54:39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전자업계의 현장 마케팅에서 ‘공간활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노골적인 제품 홍보 보다는 소비자의 반감을 줄일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해 제품을 자연스럽게 녹여 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주요 제조사들은 직접적인 제품 홍보나 판촉행사를 통한 현장 마케팅보다는 테마가 있는 장소를 꾸며 홍보효과를 누리는 공간활용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이달 13일까지 수원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폐 브라운관 TV 1만여대로 친환경 보도블록을 제작한 ‘승리 기원의 길-TV 로드’ 캠페인을 실시했다. 캠페인을 통해 삼성이 약 1200㎡ 규모로 조성한 재생산 보도블록과 월드컵 응원메시지가 공개됐다. 이를 통해 기업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어필하고 자사 TV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효과를 봤다는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LG전자는 아예 대학가 앞을 통째로 ‘LG의 길’로 만들어버렸다. LG전자는 지난 9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길거리 축제를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LG는 연세로에 축구게임과 마임, 캐리커처, 버스킹 등을 선보였다. 또 축제장 한편에 자사 새 전략 스마트폰 ‘G3’의 체험존을 만들어 축제를 찾은 참가자들을 거부감 없이 끌어들였다.
 
◇삼성전자의 폐브라운관 TV로 만든 친환경 보도블럭 길(왼쪽)과 LG전자의 길거리 페스티벌 현장(오른쪽)(사진=각 사)
 
이를 두고 마케팅 업계는 월드컵 공식 파트너가 아니라 직접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하는 두 회사가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홍보하는 동시에 앰부시(Ambush)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세월호 여파에 따른 국가적 분위기를 고려해 많은 제조사들이 각종 이벤트를 취소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직접적인 제품 홍보를 위해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간활용을 통한 간접 마케팅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이탈리아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일리(illy)’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일리카페의 플래그십 매장에 태블릿PC 등과 관련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는 카페 방문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매장에 비치된 삼성의 태블릿 제품을 노출시키는 효과를 냈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지난해 영국에서 한 회사의 엘리베이터 바닥에 자사 IPS 모니터를 설치한 뒤 마치 바닥이 꺼지는 것과 같은 착시효과를 주는 이벤트로 화제를 모았다. 일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를 통해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LG의 기술력과 제품을 자연스럽게 어필한 좋은 사례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가 영국의 한 회사 엘리베이터 바닥에 설치한 모니터로 탑승객들에게 바닥이 꺼지는 듯한 착시효과를 주는 동영상 캡처 화면(사진=유투브)
 
수년전까지 현장 마케팅의 트렌드는 주로 길거리 판촉활동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나 시내 중심가 등에 가판대를 통한 길거리 판촉전이 성행을 이뤘다.
 
하지만 경쟁이 과해지며 가뜩이나 붐비는 장소에 공간을 차지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는 등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수 있는 공간에 표면적으로는 다른 주제의 행사를 내걸고 홍보하고자 하는 제품을 살며시 녹여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마케팅 업계는 너무 노골적이면 소비자의 반감을 살수 있는 현장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반감을 최소화 시킬수 있는 적절한 방법' 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과거 노골적인 제품판매식 길거리 마케팅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도 했다”며 “최근 수년 새 많은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홍보하는 방법보다는 소비자들이 반감을 가지지 않도록 다른 큰 행사에 속에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시키는 방법을 선호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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