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젠노출 근로자, 발병 16년 만에 업무상재해 확정판결
2014-06-17 06:00:00 2014-06-17 06:00:00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페인트, 광택제 등을 칠하는 도장 업무를 10년 넘게 하다가 벤젠 노출로 질병에 걸린 남성이 발병 16년 만에 업무상재해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린나이코리아에 근무하다 골수이형성증후군에 걸린 김모(64)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벤젠에 노출돼 온 경위와 당시 작업장의 근무환경, 원고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질병과 업무수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규정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업수 수행 중 노출된 벤젠으로 인해 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등 조혈기관 계통의 질환이 발생했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1983년 린나이코리아에 입사해 가스레인지 조립, 페인트 스프레이 업무 등을 하다가 48세가 된 1998년 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보통 1~2주에 한번씩 소주 1병 정도를 마셨으며, 비흡연자였다.
 
이에 대해 김씨가 2002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하자, 근로복지공단은 한국산업안전공단에 심의를 의뢰했으나 작업장의 벤젠 노출과 질병의 인과관계는 크지 않다는 회신에 따라 김씨에 대해 요양불승인 처분했다.
 
이후 김씨는 2008년 근로복지공단에 다시 요양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재차 요양불승인 처분했다.
 
이에 불복한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를 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불승인처분에 대해 취소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 이후에도 근로복지공단은 김씨에게 노출된 벤젠의 정도가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는 회신에 따라 또 다시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업무수행 중 불가피하게 노출된 벤젠이 원고의 체질 등 기타 요인과 함께 작용해 발병케 했거나 적어도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고,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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