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처조카가 자신 아버지의 절도 사건에 합의금 등으로 써달라고 부탁하며 맡긴 돈 가운데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모부에 대해 대법원은 횡령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오모(5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환송한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처조카 허모씨의 부탁은 피해자가 58명에 이르고 피해금액은 1억7000여만원으로 2억원으로도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예상하고 2억원으로 책임지고 능력껏 피해자들과 합의만 성사시키면 구체적 사용처를 묻지않고 남은 금액의 반환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노력으로 피해자들과 합의 또는 공탁해 결국 허씨가 보석으로 석방되고 최종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아 합의를 부탁한 목적이 다 이뤄진 이상, 남은 금액을 정산해 반환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원심과 1심이 들고 있는 증거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횡령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모(53)씨는 2009년 10월 처조카 허모씨가 그의 아버지의 특수절도 구속사건에 대한 합의금 및 공탁금으로 쓰기 위해 마련한 2억원을 대구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인에게 맡기는 자리에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허씨는 오씨에게 "변호사에게 맡긴 2억원으로 피해자들과 합의 해달라"고 부탁했다.
오씨는 2009년 11월 변호인으로부터 2억원을 넘겨받아 허씨 아버지의 형사사건 합의금 및 공탁금, 합의에 필요한 경비 등 명목으로 1억5000여만원을 사용하고 남은 돈을 보관하다가 같은해 12월 자신의 부인에게 생활비로 주거나 빚을 갚는 등 498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은 오씨의 행위를 '횡령'으로 판단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오씨는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맞지만 합의금과 경비, 수고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고 허씨가 석방됐기 때문에 남은 금액은 돌려줄 필요가 없거나 임의 처분에 대한 묵시적 승낙이 있었다"며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 전경(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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