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이라크 정정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는 등 세계 경제 회복세가 주춤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국내 산업계도 수출과 경기회복에 제동이 걸릴까 걱정이다. 이에 정부는 사태를 관찰하며 시나리오별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라크 현지에 나간 국내 100여개 기업 중 현재 사업에 피해를 받거나 인명 사고가 생긴 곳은 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중동지역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0.3% 증가해 이번 사태에 따른 수출부진도 아직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제 정부는 각 업계에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세워 시시각각 변하는 현지사정에 대처하도록 지시한 상황. 우선 이라크 쿠르드 지역 등 3곳에서 광구개발 사업을 벌이는 한국석유공사는 상황이 악화될 때를 대비해 쿠르드족에 보호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석유공사 측은 이번 사태가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최악의 경우 모든 사업을 접고 철수하는 시나리오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현재는 내전이 다소 교착기에 접어들어 만일의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또 반정부군이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장악한 후 두바이유 값이 배럴당 105.31달러에서 107.76달러로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원유를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입하는 데다 이라크 수입선은 안전한 남부지역에 있어 원유수입에는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유가 추이(단위: 달러/배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라크 서부 아카스 가스전과 유전 등 4곳의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한국가스공사는 현지인력 문제와 물류차질 탓에 이미 공사를 일단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한화건설과
LS산전(010120) 등 현지에서 플랜트 건설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 역시 사태 추이에 따른 시나리오를 수립해 대응체계를 강화했으며, 외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과 비상연락망, 실시간 상황보고체계를 수립해 유사시를 대비 중이다.
아울러 산업부와 국내 수출기업들은 정정불안이 초기 상황인만큼 전면적인 금수조치나 수출계약 중단, 거래불능 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 언론이 보는 이라크사태는 경제침체 우려 등이 반영된 것으로 현지사정은 그만큼 위험하거나 열악하지 않다"며 "추가 유가상승과 프로젝트 지연 등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라크 전역에 대한 수출애로 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코트라 등도 "아직 기업들에는 피해가 없지만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지에 나간 대사관과 코트라 무역관과 긴밀히 연락하고 국내 인력보호를 가장 우선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사태가 길어질 때를 대비해 기업들에 이라크 대응팀을 꾸리게 했고 기자재 조달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유사시 비교적 안전한 해상루트로 기자재를 옮기는 방안도 마련했다"며 "우회수출선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응체계를 조금 더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이라크사태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산업부는 15일 윤상직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산업부와 관련기관, 업계가 참여하는 상황대응반을 구성해 사태에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기업별 대응 시나리오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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