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구글이 TV 플랫폼 시장에 본격 가세하면서 스마트 TV 생태계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구글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개발자대회(I/O)를 통해 TV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안드로이드TV'를 공개할 예정이다. 모바일을 점령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TV 플랫폼까지 장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글 안드로이드 로고(사진=구글)
안드로이드TV는 비디오 스트리밍과 게임 등 콘텐츠에 집중하고 곧바로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는 간략한 사용자 환경(UI)을 적용했다. 구글이 이미 TV 플랫폼 진출을 위해 선보였던 구글TV나 크롬캐스트의 서비스 호환성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구글의 움직임은 최근 독자 TV 플랫폼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제조사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차세대 주요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스마트홈 시장에서 스마트 TV는 핵심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TV시장인 중국의 레노버와 샤오미 등도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TV로 시장에 가세했다. 이들과 구글이 협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탄탄한 스마트폰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이들이 최근 신 성장 동력으로 스마트 홈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 등 일본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구글이 상대적으로 OS기반이 취약한 이들과 본격적으로 협업해 시너지를 발생시키면 세계 TV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제조사라해도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스마트 TV의 경우 아직 시장이 완전히 개화하기 전이라 선점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판세는 뒤집힐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타이젠이나 웹OS와 같은 독자 플랫폼 구축에 주력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스마트 TV 플랫폼을 선점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장 선점에 그치지 않고 TV 플랫폼을 주축으로 향후 스마트 홈 사업으로 연계되는 복합적 사업구조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타이젠 리셉션에서 료이치 스기무라 타이젠 연합 의장이 발표하는 모습(왼쪽)과 LG 웹OS TV 제품 사진(오른쪽)(사진= 각 사)
삼성전자는 이달 초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타이젠 OS를 기반으로 한 TV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선보였다. 당초 연내 출시를 목표로 했던 타이젠 TV가 내년 상반기로 출시가 연기됐지만 생태계 조성을 위한 물밑작업만은 해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HP로부터 사들인 '웹OS' 플랫폼을 자사 스마트플러스 TV에 적용해 초반 호응을 이끌어 내고있다. LG는 이 기세를 몰아 스마트플러스 TV 판매국을 이달 안에 140개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LG 웹OS TV는 현재 약 45개 국가에서 판매 중이다.
물론 스마트TV의 판매량과 플랫폼의 완성도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플랫폼 구축에 일가견이 있는 구글인 만큼 초기에 생태계 주도권을 빼앗기면 세계 TV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삼성전자와 LG전자라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스마트폰 산업 태동기에 구글은 애플의 iOS에 비해 후발 주자였지만 특유의 개방성을 내세운 안드로이드OS로 막 개화하기 시작한 시장에 몰려든 제조사와 개발자들을 손쉽게 흡수하며 폭발적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지난해 전 세계 점유율이 약 67.5%인 점을 봤을 때 시장 선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업계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선 안드로이드 TV의 출시가 스마트 TV 플랫폼의 판을 키운다는 측면은 분명 반길만한 일”이라면서도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제조사에게 OS로 정평이 난 구글의 안드로이드TV는 분명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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