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새누리당이 '문창극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한 이래 새누리당은 줄곧 문 후보자 비호를 자처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야권의 대대적인 비판과 악화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여당 초선의원 일부와 비주류 의원들의 '자진 사퇴' 주장에도 미동조차 없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과 입장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적정 여부는 법적 절차를 통해 국민적 판단을 구하는 것이 우리 국회가 가진 책임이자 국민 된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해 사실상 청문회 관철 의지를 피력했다.
윤상현 사무총장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야당이 됐다고 해서 총리 임명동의안을 제출도 하지 말라, 또 제출해도 인사청문특위 안 하겠다고 이렇게 뻗치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본다"며 "새정치는커녕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켜나갈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이날 아침 초선비례 모임인 '약지회' 소속 의원들과 회동해 청문회 동의를 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선진사회라면 법적 절차는 지켜주자는 것이 개인적 소신"이라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 울타리 안에서 판단은 각자의 몫"이라며 인준에 관한 당론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 초선의원 6명이 공개적으로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이후 이 원내대표는 초선의원들과 접촉을 늘려라고 있다. 지난 9일 초정회와 접촉한데 이어 16일에는 초정회 대표 의원 13명을 만나 청문회 및 주요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내대표 측은 원구성 등 현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청문회 이후 본회의 인준 절차를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도부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운데).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문 후보자 사퇴를 압박했다. ⓒNews1
한편 친박계 좌장으로 7·14 전당대회 출마 예정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문 후보자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서 의원은 "국민 여론을 많이 경청한 결과 지금은 문 후보 스스로 언행에 대한 국민을 뜻을 헤아리고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것이다.
서 의원은 '사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서 의원 측 관계자는 "사실상 물러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당내에도 사퇴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초선비례 출신의 김상민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후보자 인준은 일본과의 '고노담화' 역사 전쟁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이라며 문 후보자 자진 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친박계를 대표하는 서 의원은 발언으로 이날 여권은 술렁였다. 청문회 강행 기조에는 변함이 없지만 서 의원의 발언에 내심 의식하는 모양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청문회 기조에는 변함없다"라고 말하면서도 "서 의원 발언에 대한 입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를 줄곧 옹호한 윤상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까지 가야 하지 않겠느냐. 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가) 해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도 "안 좋은 여론과 인식이 너무 많이 퍼져 있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내일 오전 의원총회를 통해 원구성과 세월호 국조 특위 진행 상황 보고 및 청문회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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