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김영란법'의 고안자인 김영란 전 대법관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 축소 후 조속한 시행' 입장을 밝힌 데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 전 대법관(사진)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법 적용) 범위를 한정하려면 법을 전체적으로 다시 손대야 해서 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하위 공직자와 고위 공직자의 지켜야 될 규범의 차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한 더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께서 축소하자고 할 리는 없을 것 같고, 법에 대해 잘못 알려진 측면 때문에 법의 통과가 늦어질 것을 우려하셔서 그렇게 말씀하신 거라고 저는 해석된다"고 말했다.
'잘못 알려질 측면'의 예로는 '가족이 금품을 수수한 경우의 처벌' 문제와 '공무원 가족의 취업제한' 등을 제시했다.
김 전 대법관은 첫 번째 문제에 대해 "같이 사는 가족과 같이 살지 않는 가족에 대해 규제를 달리하고 있고 개인적인 생일선물이라든지 일상적인 관계에서 주고받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가 가족이나 친척 등의 이해관계가 있는 일은 맡을 수 없어 국무총리 가족은 취직도 못 한다'는 말이 있다는 지적에 "국무총리가 우리나라 모든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과장 전결, 국장 전결, 장관 전결도 있다"며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재판을 예로 들면 A재판부 판사의 배우자가 변호사면 B재판부가 하면 되고, 어떤 과장님이 직접 결재하는 업무인데 자기 동생이 그 상대방이면 B과장이 대응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법의 대해 "뇌물죄나 형사처벌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말을 안 하면 적발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드러났을 경우 비로소 처벌한다. 이 경우도 (금품 등의) 성격이 밝혀진 때로부터 공무원이 신고하는 처리 절차를 규정한 것"이라면서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기 애매해 시행이 어렵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 법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 "사실은 많은 검토가 필요하고 저는 이 논의 자체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훨씬 더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부칙에 공포 후 1년 후부터 시행하고 처벌 규정은 2년 후부터 작동한다고 했다. 이 뜻은 '당장 공무원들을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고 서서히 우리 문화를 바꿔나가자는 콘셉트으로 만든 것"이라며 법의 도입 취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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