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새정치민주연합 관피아방지 특위가 세월호 참사 이후 대두된 '관피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법·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2일 '청렴, 더 좋아지는 공직문화'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윤태범 방송통신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공직자 윤리법은 제정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리적 공직수행의 기반이 약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세월호 사고 이후 의원들이 제출한 개정안이 충분히 반영된다면 굉장히 전향적인 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여야 의원들이 제출해 국회에 계류 중인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에는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을 '담당 업무'에서 '소속 기관'으로 확대', '이해충돌 가능성을 심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2일 새정치연합 관피아방지 특위 토론회 (사진=한고은 기자)
토론에 나선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고의 원인 제공자를 아주 쉽게 관료집단과 청해진해운으로 몰아간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규제에 있어서 지나치게 온탕냉탕을 반복하다가 자율 규제로 귀결한 데에 있다"고 말해, 관피아 관련 논의의 또 다른 측면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이번처럼 해운조합이 안전규제의 책임자가 되는, 즉 선수와 심판이 구분되지 않는 문제가 중요하고 이 자율 규제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국회에서 아직 처리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조직개편 방침에 따라 국가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신설되면 안전행정부(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향후 '행정자치부'로 변경)가 1부에서 1부 2처로 비대해지는 문제도 지적했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피아(법조계+마피아)' 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 '법왜곡죄' 도입을 주장했다.
정 교수는 "법률 선진국을 보니 전관예우를 '법왜곡죄'로 엄히 다스린다"며 "차제에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아닌가 생각하고, 법 왜곡 행위의 근절을 위해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사법계의 엄격한 위계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공직자 윤리법은 접근 방식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획일적이어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해충돌 가능성의 정도에 따른 탄력적인 취업제한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획일적인 '취업제한 방식'에서 실제 업무 활동이나 행위 등을 명시한 '활동 제한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거성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은 "김영란법은 원안대로 가는 것이 꼭 필요하고, 가장 지능적인 부패는 반부패 시스템을 논의만 하고 입법은 안 하는 것"이라며 "김영란법도 '뭐가 부족하다', '형평이 안 맞다', '논리적이지 않다' 등 문제제기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당내 관피아 특위 위원장을 맡은 강기정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여야정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입법권을 갖는 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최소 7~8월 두 달 간 운영할 수 있도록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에게 제안했다"며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관피아 방지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김영란법의 조속한 통과는 난망한 상황이다.
김영란법 원안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는 공직자는 대가성과 직무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대국민담화에서 "지금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언급한 김영란법 정부안의 핵심은 '직무관련성 유무를 따져 직무관련성이 없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이를 '짝퉁 김영란법'이라고 지칭하며 원안처리를 강력히 주장했다.
대통령의 요청에 해당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는 김영란법 처리를 위해 논의에 들어갔으나 '법적 미비점 발견', '전반기 국회 마감' 등을 이유로 전반기 국회 내 입법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30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영란법의) 법 적용범위를 축소해 조기처리하자'는 입장을 밝히며 다시 처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김영란법 관련 입장 표명에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2일 "갈수록 퇴색해져 가는 관피아 척결의지와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과 고위층부터 모범을 보이자'는 박 대통령의 취지대로 법을 시행할 경우 하위직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차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커지는 가운데 새롭게 구성된 국회 정무위는 오는 10일 김영란법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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