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전 세계에서 아직 보고된 사례가 없을 정도로 항생제 내성 정도가 심각한 폐렴구균이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8일 삼성서울병원 강철인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2011년과 2012년 사이 폐렴구균 보유 환자 510명 중 5명이 기존 치료법에 사용하는 항생제 8종(페니실린, 세파로스포린, 매크로라이드, 퀴놀론, 클린다마이신, 테트라사이클린, 트리메소프림-설파메톡사졸, 카바페넴)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폐렴구균 환자에게 잘 쓰이지 않는 반코마이신이나 리네졸리드 계열 약물 등 2종의 항생제에만 미약하게 반응했고, 이른바 '광범위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이하 광범위 내성균, 학명 Extensively Drug-Resistant Streptococcus pneumoniae)'이란 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한 이름 없이 학명으로만 알려진 이 균주는 그동안 위험하다고 알려진 '다제 내성균'보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범위가 넓고 치명적이다. 다제 내성균은 3가지 정도의 항생제에서 내성 반응을 보이지만, 이번엔 2가지를 뺀 나머지 모두가 반응이 없었다.
환자 5명의 평균 나이는 71.8세며, 뇌혈관 질환 등 신경계 질환이나 운동장애 등을 앓고 있었다. 3명은 요양기관에서, 2명은 다른 병원에서 각각 약 3개월 동안 항생제를 포함한 치료를 받다 상태가 심각해져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특히 이들 중 1명은 광범위 내성균이 병의 직접 원인이었던 탓에 입원 7일 만에 패혈증으로 숨질 정도로 병세가 빨랐다.
강철인 교수팀은 지난 5월 이같은 내용을 미국질병관리본부(CDC) 학술지를 통해 발표했다.
강 교수는 "장기요양시설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 생활하는 곳의 환자를 치료할 때는 광범위 내성균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범위 내성균으로 인한 환자의 피해를 줄이려면 성인에게도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며 "사회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항생제 사용을 신중히 하고, 내성균 발현을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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