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에 원화 가치 급등, 업체간 경쟁심화 등 온갖 악재에도 국내 산업을 지탱해 오던 전차(電車)군단이 무너지고 있다.
2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삼성전자(005930)와 현대·기아차에 쏟아졌던 '잿빛' 전망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몰아칠 태세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2분기 매출액 52조원,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의 잠정 실적치를 내놨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5%, 24.45% 추락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8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그간의 실적 퍼레이드를 이끌던 갤럭시 시리즈의 부진이 뼈아팠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당초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견됐다. 두 차례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눈높이를 낮췄지만 7조2000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은 누구도 예견치 못했다. 최종 하향 조정된 예상치를 무려 1조원 가량 하회하는 어닝쇼크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13.85%로 크게 떨어지며 위기감은 현실이 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을 이끌던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판매 감소를 비롯해 원화 강세, 재고 부담, 마케팅 비용 상승, 중국 등 후발주자들과의 경쟁 심화 등을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더 이상 갤럭시에 의존하기에는 당면한 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증권가는 2분기
현대차(005380)가 매출액 23조4000억원, 영업이익 2조1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날 전망이지만,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10.4%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2세대 제네시스와 LF쏘나타 등 기다리던 대표적 볼륨카의 출시로 ASP(평균판매단가)가 증가했지만, 원화 강세와 브라질 월드컵 공식후원 등 마케팅 비용 증가로 판관비가 급격히 늘면서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유럽법인 마케팅 총괄책임자가 사임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위기감은 고조됐다. 특히 올해 평균 1050원선으로 예상했던 환율이 9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월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3만5636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폭스바겐(9.5%), 푸조·시트로앵(4.2%), 르노(18.3%), 닛산(10.2%) 등이 고속성장을 나타낸 것과 대비된다.
여기에다 굳건한 안방이던 내수시장마저 위태롭다. 폭스바겐과 BMW 등 독일차를 중심으로 한 유럽산 자동차가 시장 잠식 속도를 높이면서 현대차의 위상은 추락했다. 하이브리드에 이어 디젤 세단까지 내놓으며 안방 사수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은 수입차로 기운 상황이다.
악재는 또 있다. 통상임금에 따른 임단협 이슈가 대기한 상황으로, 사안별로 노사 간 입장차가 첨예해 하반기 현대차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 이미 르노삼성에 이어 한국지엠마저 파업을 결의하고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다.
사정은
기아차(000270)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주력 라인업인 K시리즈의 노후화로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5사 중 나홀로 역성장을 한 터라 속은 타들어만 간다. 또 해외 주요거점마다 현지공장을 통해 국내 생산분의 부족을 상쇄하고 있는 현대차와 달리 국내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큰 점도 부담이다.
한편 지난해 전체 상장사가 거둔 영업이익은 100조원 수준으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는 이중 절반인 50조원을 벌어 들였다. 그간 이들 전차군단의 고공행진에 편중했던 착시효과가 커튼이 걷히면서 국내산업 전반이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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