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기관보고 마지막 날 열린 종합질의에서 기관보고 과정에서 드러난 각 기관의 사고 전, 후 관리 능력 부족을 강하게 질타했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특위 기관보고 종합질의에서 "한국선급은 이름만 빼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감사원도 (한국선급에 대해) 10년 동안 감사한 적이 없다"며 불법적 요소가 많았던 세월호가 어떠한 제재도 없이 운항할 수 있게 한 관계 기관들의 태만을 지적했다.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복원성을 부실하게 측정하고도 객실 등에 대한 증축을 승인하며 이번 참사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역시 "한국선급이 선박안전성검사를 엉터리로 해 세월호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고 본다. 한국선급의 이사회 멤버가 안전검사를 받는 선사가 대다수"라며 한국선급의 공공기관 지정 및 철저한 감사를 정부에 요청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공공기관 지정은 기획재정부 권한이라 다시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고 지금 지적된 검사를 받아야 하는 해운사가 (이사진에) 들어간 문제는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원 구조한 123정 정장, 선원인 것 알았나 몰랐나
이날 종합질의에서는 각 기관 간 사고 정황에 대한 답변이 엇갈리는 모습도 보였다.
세월호 사고 당일 선원들을 구조한 것으로 알려진 해경 소속 김경일 123정 정장은 "당시 구조자가 선원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는 "승객 구조과정에서 '내가 선원이다'라고 밝힌 사람은 없었다. 만약 직원이 (선원인 걸 알았다)고 이야기 했으면 저에게 보고했을텐데 저는 보고 받은 적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다른 것이어서 위증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1등 항해사는 본인이 (선원이라고) 밝혔다고 했는데 123정 정장과 선원들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매뉴얼에 보면 구조를 할 때 (선박 사고 시) 선원부터 확인하게 돼있고 조타실에서 내려온 점, 복장이 제복이었던 점, 무전기를 소지한 것을 봤을 때 충분히 (선원임을) 알 수 있지 않았겠나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심재철 특위 위원장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감사원 감사 결과와 123정 정장의 이야기가 다르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황 장관은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고 종합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감사원의 청와대 감사 실시 여부에 대한 진술에서도 기관 간 불일치가 발견됐다.
박민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김영호 사무총장에게 "감사원이 국가안보실과 청와대 비서실을 방문조사했다고 했는데 어제 (청와대 비서실 기관보고에서) 서면제출 받았다고 한다"며 사실관계를 물었다.
김 사무총장은 이에 "어제 아마 청와대 비서실 국정조사에서 위기관리 센터장이 답변을 잘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사무총장은 오후 질의에서도 이 부분을 재차 확인하는 박 의원의 질의에 "그 양반이 군 출신입니다. 그래서 감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으로 그렇게 (답했던 것 같다)"고 답하며 "틀린 말"이라고 밝혔다.
◇11일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 종합질의에 출석한 장관 및 기관 관계자 ⓒNews1
◇청와대, 재난 시 컨트롤타워 맞나
세월호 사고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 전 실장은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청와대의 역할 논란을 촉발시켰다.
10일 청와대 비서실 기관보고에 참석했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반적 의미로 청와대가 국정의 중심이란 의미에서 컨트롤타워는 맞지만 법상으로는 (재난 시)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우원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계속되는 컨트롤타워 논란에 "국민은 (이번 사고가) 실종자 중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참사로 발전한 것은 위태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국가 최고 지휘 사령부의 부재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컨트롤타워 역할의 수행 기관으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야당 특위 위원들은 법상의 규정을 넘어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청와대가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AI(조류 인플루엔자) 사태, 산불, 다중충돌 교통사고' 등을 예로 들며 각 경우에 맞는 컨트롤타워가 존재하며 대통령이 국정운영 전반을 책임진다고 해서 컨트롤타워를 해야 한다는 것은 비약'이라는 취지의 반론을 펼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 의원이 예시로 든 'AI 사태'가 유가족 측의 항의를 불러일으키며 국정조사는 파행 조짐을 보였다.
방청석에 있던 유가족은 조 의원에게 "희생자가 닭이에요. 지금 닭하고 비교합니까"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에 심재철 특위 위원장은 방청석을 향해 "회의 진행에 협조해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지금 퇴장시키겠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와 AI 사태를 병렬시킨 것에 대한 유가족 측과 야당 위원들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조 의원은 "듣기에 따라서는 충분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제가 표현에 있어서 잘못됐다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사과했다.
컨트롤타워 논란이 느닷없이 유가족 모욕 논란으로 전개되면서 장내에는 어수선한 상황이 연출됐다.
◇유가족 퇴장명령 받으며 '일시 파행'
어수선한 분위기는 결국 사고 관련 증인의 진술에 격분한 유가족이 위원장으로부터 퇴정 명령을 받으면서 파행으로 이어졌다.
방청석에 있던 한 유가족은 해경 소속 123정 정장이 감사원 감사와 달리 "당시 상황이 급해 (구조한 사람들이) 선원인지 아닌지 구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답하자 "아니, 선원만 탔는데 뭘 몰라"라며 소리쳤다.
이에 위원장은 "그렇게 함부로 회의에 개입하지 마십시오"라고 자제를 요청했고 항의가 계속되자 퇴정명령을 내렸다.
유가족 측은 "우리가 우습게 보이느냐. 너희도 애들 있을 거 아니야"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집단 퇴장하기에 이르렀다.
특위 야당 위원들은 "회의를 지금 이런 상태로 하기는 어렵다. 가족을 잃은 분들이 그 원통함에 하는 말씀인데 그것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라는 기관에서 퇴정을 시키고 나가라는 명령을 하는 것은 저분들의 아픔을 더하는 것 아니느냐"며 상황 정리를 위한 정회를 요청했다.
특위 야당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조원진 의원과 심재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조 의원과 심 위원장도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의 취지와 퇴정명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으나 조사 중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국조특위, 향후 일정은
세월호 국조특위는 기본 일정 계획에 따라 내달 4일부터 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날로 기관보고 일정을 마치는 특위는 청문회 시작까지 지난달 30일부터 진행한 기관보고 결과를 토대로 청문회와 청문회 증인 선정 작업 등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여야는 이날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한다'는 원내지도부의 합의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 태스크포스(TF)를 발족,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