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신내, 천왕, 강일지구 등 7곳의 행복주택 사업지구가 추가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만 약 4000가구의 행복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근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던 시범지구를 뒤로한 채 당초 국민임대주택과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기로 계획된 곳을 사업지로 선정하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산하 SH공사로부터 강일지구 11단지, 천왕지구 7단지, 신내동 640번지를 행복주택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사업계획변경승인 신청서를 받았다.
지난 2012년 9월 국민임대주택 374가구 건설에 대한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천왕지구 7단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착공에 들어갔고, 강일지구 11단지도 지난해 9월 국민임대주택 346가구 사업계획승인 이후 지난 3월 첫 삽을 떴다. 모두 오는 8월 국민임대주택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는 공급계획에서 빠져있는 상태다.
장기전세주택 200가구가 들어서기로 했던 신내동 640번지 역시 지난 2월 착공한데 이어, 지난 18일 행복주택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돼 승인됐다.
행복주택으로 바뀌면서 입주 조건 등이 대폭 수정됐다. 당초 강일지구와 천왕지구는 소득4분위 이하 노인과 신혼부부를 입주자 선정 기준으로 삼았고, 신내동 640번지는 장기전세주택 공급 및 관리규칙에 따라 소득6분위 이하 신혼부부 등이 우선공급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 계층에 물량의 80%를 공급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또 최장 20년까지였던 거주 기간도 4~6년으로 축소됐다. 주택 면적도 전용면적 45㎡이하로 공급해야 한다는 규칙에 맞춰 전용 49㎡짜리가 공급되기로 했던 신내동 640번지는 면적을 축소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일11단지와 천왕7단지 주택건설사업은 당초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원칙에 따라 노년층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을 추진한 사업이며, 신내동 640번지 주택건설사업은 주차장부지를 활용해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행복주택의 기본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지 인근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목동과 잠실 등 주민들의 거센 반대가 있던 시범지구를 배제한 채 이미 다른 임대주택이 들어오기로 한 곳을 바꿔가면서까지 추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천왕7단지와 강일11단지의 경우 국민임대주택 사업지로 승인을 받을 당시 학생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노인전용 주택을 20~25% 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행복주택으로 바뀌면서 노인가구 비중을 10%로 줄였고, 노인전용 주택에 적용되는 무장애 설계가 적용될지도 미지수다.
◇ 천왕7단지, 강일11단지 입주자 선정기준 변경 현황 (자료=서울시)
천왕동에 거주하는 주부 D씨는 "7단지 외에도 천왕지구에만 1000가구 가까이 행복주택이 들어온다고 하던데 다른 곳에서는 주민들이 반대해서 축소되거나 흐지부지 된 사업이 왜 천왕동에는 이렇게 많이 들어오는 것이냐"며 "원래도 임대주택이 공급되기로 했던 곳인만큼 행복주택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정착하지 못한 정책을 만만해 보이 천왕동에 몰아넣은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고 불만을 내비췄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동사무소도, 복지시설도 없는 곳에 대뜸 임대주택만 늘리면 뭐하냐"며 "버스 노선도 별로 없는데 앞으로 닥칠 교통난이 불 보듯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지역 다른 임대료..무주택 저소득 층 역차별 가능성
정부의 핵심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기존 임대주택보다 늘어난 혜택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행복주택은 3.3㎡당 659만원의 사업비를 기준으로 정부 재정 30%, 국민주택기금 40%를 투입해 건설되며, 나머지 30%는 입주자의 월세 보증금으로 충당된다. 문제는 기금 융자에서 발생하는 이자 부분인데, 통상 입주자들이 월 임대료로 납부하는 금액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연 2.7%의 금리를 적용해 지어진 기존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임대사업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6%의 전환이율로 월세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주택을 지자체가 시행할 경우 금리가 연 1%로 대폭 내려가게 되고, 이에 따라 월 임대료도 자연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즉,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임대주택 입주 대상인 소득4분위 이하 무주택 저소득층이 더 높은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국고 보조금 지원이나 기금 융자 부분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측면에서는 주거난 해소에 어느정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임대주택 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니냐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허명 부천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쨌든 임대주택이 공급된다는 것은 전월세난 해소나 주거복지 측면에 기여하는 점이 있다"며 "다만 행복주택 도입 당시부터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 등 문제가 많았는데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유사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행복주택과 기존 임대주택의 수요가 엄연히 다른데 이미 다른 임대주택 사업지로 지정됐던 곳을 주민들과의 협의 없이 행복주택 사업지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계속 이런 식으로 정책이 수정되면 도입 당시 역세권에 공급되는 젊은 임대주택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시작한 행복주택이 다른 임대주택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으로 후퇴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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