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우리 경제에서 중국 비중이 커지면서 중국과의 경제협력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FDI) 등에서 중국 의존도가 심해지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중국의 파급력이 확대됐지만 국내시장에 대한 중국 잠식우려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우리나라의 각종 경제지표에서 단연 눈에 띄는 존재는 중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화권 FDI(신고금액)는 전년 동기보다 200% 오른 23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또 우리나라가 중국시장에 판 상품은 657억달러로 주력 수출품목인 정보통신기술(ICT) 상품의 경우 중국에서의 매출액은 418억달러나 됐다.
문제는 중국 덕에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편익이 커졌지만 중국 의존도가 늘었다는 점. 실제로 상반기 전체 FDI에서 중국의 비중은 23%, 수출에서 중국 의존도는 24.8%였다.
내수경제와 증권시장, 부동산시장에서도 중국의 손이 커지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중국 노동절을 맞아 국내에 온 중국 관광객들 덕분에 주요 면세점 매출은 60% 이상 급증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쓴 신용카드 결제액만 3조8000억원에 달했다. 또 중국 투자자들이 상반기에 국내 증권시장에서 사들인 금액은 1조4120억원이나 됐다.
아울러 중국인이 제주도에서 산 땅은 지난해 기준 315만㎡로 여의도 면적의 37배였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없이는 무역과 국내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구조가 된 셈. 더구나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해 한-중 FTA를 연내 타결하고 위안화 직거래시장도 열자고 논의함에 따라 중국 의존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 의존도가 확대되는 것을 걱정하는 쪽은 중국의 경제정책이 덜 글로벌화됐고 투기자본이 증가해 '먹튀'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우선 한국경제연구원과 일부 시민단체 등은 "중국의 대외정책과 정책 당국자의 인식 등이 아직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며 "중국 외투와 부동산 투자 등이 늘었다지만 투기성 단기자본 위주라서 자본 성격에 따라 선별적인 수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중국 의존도 심화를 나쁘게 보고 있지 않은 듯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이 됐다"며 "그러나 이를 국내시장 잠식으로 여기는 것은 쇼비니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규모가 늘면 국민의 경제후생도 커지는 것이므로 중국에 대한 의존을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것.
다만 정부는 대 중국 수출이 전자기기와 기계류에 치우친 상황에는 염려를 나타냈다. 중국 중저가 휴대폰 업체의 추격이 거세지는 데 수출선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과 미래부 관계자는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을 보면 기계와 전자기기 등은 증가했지만 다른 품목은 점유율이 감소했다"며 "중국 중저가 휴대폰 업체의 추격 등은 하반기 대 중국 수출 전망을 어둡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자본을 유치할 방안과 함께 만일이 사태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외인의 매수세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증시 특성상 중국 자본유입은 일단 반갑지만 중국 상황이 나빠지거나 국내에 불안요인이 생길 때 중국 자본이 갑자기 이탈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의존도가 심해질수록 한-중 FTA 협상 추진과정은 더 관심을 끈다. 장기적으로 시장통합을 목표로 하는 FTA인 만큼 한-중 FTA가 타결되면 중국 의존도는 더 커지면 커졌지 줄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이 시진핑 주석 이후 더 적극적인 개혁·개방정책과 통상정책을 추진해 우리에게도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이 가공무역 비중을 늘리고 수출·입 균형정책과 독자적 수출기업 육성을 위한 제조업 보호 등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청와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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