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현재의 기업관행과 금융당국의 미온적 태도로는 개별임원보수 공시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연간 보수액이 5억원을 넘는 임원들에 대해 임원별 보수액과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방법 등을 공시하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임원들 보수를 결정하는 주체는 여전히 대표이사(CEO)나 총수일가기 때문이다.
그 결과, 9개 회사의 이사회 및 보수위원회의 의사록에는 개별임원보수 산정과 결정에 대한 그 어떠한 내용도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들이 정기주총을 앞두고 개최한 이사회에서 정기주총의 필수적 안건 중 하나인 '이사 및 감사의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결의한 것이 임원보수와 관련된 유일한 이사회 논의 사항으로 조사됐다.
실제 대부분의 회사들은 임원 개개인에 대한 보수를 회사 내부규정인 '임원보수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결정·집행하고 있다. 임원보수규정을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그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에도 이사회에서 논의를 거쳐 이뤄진다. 임원보수규정이 확정되면 그 집행은 대표이사에 위임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임원보수 규정을 확인한 결과, 각 직급별 기본급여 테이블이 존재하고 성과급 지급에 관한 기본원칙이 있었으나, 보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성과급의 책정 방법이나 특별성과급 등의 명목으로 지급되는 보수는 임원보수규정에 근거해 대표이사가 결정하는 구조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사회의 위임을 받은 대표이사가 임원 보수를 결정·집행한 이후에는 따로 이사회에 그 내용을 보고하고 그 적절성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재 금융회사의 경우 이사회 내·하부위원회로써 보수위원회 내지 보상위원회 설치가 권고되고 있고,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정안에도 보수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CJ(001040)만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상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회사 중
SK이노베이션(096770)의 경우 인사위원회 의사록을 제출했으나, 여기에는 이사의 보수한도를 '회사의 기업가치, 지불능력, 책임·권한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 동종·동급업계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이라는 원칙적인 내용만 명시돼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개별임원보수 공시제도가 도입됐음에도 임원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주체는 여전히 CEO 내지 총수일가라는 사실에 변화가 없다"며 "특히 총수일가의 보수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공시제도를 지키지 않는 것은 개별임원보수 공시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자본시장법은 '임원 개인에게 지급된 보수가 5억원 이내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경우 임원 개인별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을 공시하도록 했으나 개정된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이란 5억원을 말한다'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임원보수를 CEO 내지 지배주주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도록 상법 제393조를 개정해 임원에 대한 경영성과 평가와 보상을 이사회의 결의사항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회 내 하부위원회로서 보수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 경영성과 평가와 보상 결정에 관한 전문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행령에서 개별임원보수의 산정기준과 방법 및 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기업들의 인식 전환도 필수적이다. 임원보수에 관한 사항을 회사경영의 중요한 자료로 인식하고, 회사의 보수정책을 주주와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 미국이나 EU 등에서 공시되고 있는 임원보수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 회사의 보수정책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 외에도 모든 등기임원들의 몇 년 간 각 항목별 보수액과 산정방법을 상세하게 공시하거나, 임원보수 산정과 관련해 이사회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녹취록 형식으로 기재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당국이 이러한 해외사례를 참조해 현행 임원보수 공시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조속히 개선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의 임원보수결정의 관행을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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