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73·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남은 의혹을 확인하는 과제는 수사기관에 맡겨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인을 규명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사망 시점도 불명확해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엄마' 신명희씨, '김엄마' 김명숙씨, 그리고 유희자씨에 이어 그의 남편 양회정(55)씨가 29일 인천지검에 자수하면서 유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에 대한 검찰의 추적 작업은 일단락됐다.
양씨는 유 회장이 금수원을 벗어날 때부터 운전기사 역할 뿐 아니라 은신처를 마련하기도 하는 등 유 회장의 마지막에 가까운 시점까지 순천에서 그를 도운 것으로 조사돼 유 회장의 죽음 관련 의혹을 풀 수 있는 인물로 지목됐다.
하지만 양씨는 검찰 조사에서 5월 23일이나 24일에 유 회장을 순천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마지막으로 본 뒤 자신은 별장이 아닌 인근 연수원에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이후 25일 새벽 3시쯤 인근 연수원에 있던 중 검찰 수사관이 들이닥치자 근처 별장에 있는 유 회장을 챙길 겨를도 없이 혼자 EF소나타 승용차를 타고 전북 전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북 전주에서는 친척의 도움을 받아 경기 안성 금수원으로 이동했고 자수할 때까지 줄곧 금수원에 머물렀으며 유 회장의 사망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게됐다고 진술하고 있다.
앞서 양씨의 친적들도 검찰 조사에서 "양씨가 유 회장을 숲속에 두고 왔다고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여기서 말한 '숲속'은 단어 그대로 '숲'이 아니라 별장 '숲속의 추억'이 있는 순천을 의미한다는게 양씨의 주장이다.
양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유 회장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마지막 행적을 파악하는 일은 더욱 어렵게됐다.
앞서 국과수는 지난 25일 유 회장의 시신을 정밀 감식한 결과 "유 회장의 시신은 확실하지만 부패가 심해 사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 회장의 행적이 검찰에 마지막으로 포착된 5월 25일부터 시신으로 발견된 6월 12일 사이에 유 회장을 본 목격자 또는 물증이 나오지 않으면 유 회장의 사인을 밝혀내는 일은 '장기 미제'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양씨가 금수원에 다시 들어간 뒤 구원파 신도들과 입을 맞추고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찰은 관련자를 통해 추가 확인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유 회장의 도피 조력자들이 오는 7월 31일 안에 자수할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는 등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범인은닉·도피 외에 별다른 혐의가 없다면 양씨 역시 조만간 풀어주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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